《Stillness (안전한 마음)》
아크릴, 캔버스, 연필
2025 · 26 × 19 × 3.5 cm
인물·신체동물·식물·자연
작가 노트
짙은 붉은 배경 위에 흰 의자가 커다란 실루엣으로 있고, 그 아래로 검은 고양이가 몸을 둥글게 말고 잠들어 있다. 화면을 세로로 가득 채운 의자의 형태는 거의 기호처럼 단순하지만, 네 개의 가느다란 다리와 부드럽게 굽은 곡선이 의자가 만들어내는 작은 그늘과 포근한 울타리를 상상하게 한다. 고양이의 눈과 수염, 코는 최소한의 선으로만 표현되어 있지만, 살짝 올라간 눈꼬리와 안정된 몸의 곡선이 이 자리가 얼마나 안전한 쉼터인지 조용히 말해 준다. 표면과 붓질의 결은 팝적인 색 대비 속에서도 손의 온기를 드러낸다. 붉은 배경과 흰 의자, 검은 고양이의 세 가지 색으로 압축된 구성은 강한 대비를 이루면서도, 서로를 단단히 받쳐 주는 가족 같은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연필로 잡은 듯한 가는 선의 의자 다리는 구조를 지탱하는 동시에, 고양이를 감싸 안는 보호막처럼 보인다. 배경에는 다른 사물이나 공간의 정보가 거의 등장하지 않아, 의자 아래의 이 작은 영역이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관람자는 고양이의 느릿한 숨과 함께 의자 아래로 몸을 낮추어 들어가는 상상을 하게 되고, 일상의 소음에서 살짝 비켜난 자신만의 ‘안전한 마음’의 장소를 이 이미지 위에 겹쳐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