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welling time (머무는 시간)》

아크릴, 캔버스

2025 · 26 × 19 × 3.5 cm

정물

작가 노트

짙은 파랑과 연둣빛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이 작품은, 식탁 위 한 켠의 정물을 통해 조용히 머무르는 시간을 그려낸다. 단순화된 과일과 받침 접시는 세부 묘사를 지우고 형태와 색만 남겨,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온 일상의 장면을 하나의 기호처럼 제시한다. 강한 파란 덩어리들이 서로 기대듯 모여 있는 모습은, 함께 있으면서도 고요한 침묵을 나누는 존재들을 떠올리게 한다. 아크릴 특유의 두께감 있는 질감은 화면 전체에 일정한 리듬을 만들어 준다. 표면에 남은 붓질과 거친 입자는 매끈한 형태와 대비되며, 단순한 구성이 지루해지지 않도록 미세한 떨림을 부여한다. 바닥의 격자무늬는 이 정물이 놓인 공간을 암시하면서도, 마치 시간의 눈금처럼 과일이 천천히 익어가는 순간들을 기록한다. 선명한 색과 단정한 형태가 만들어내는 이 정적의 장면은, 화려한 사건 대신 아주 작은 머묾의 감각에 시선을 돌리게 한다. 관람자는 이 앞에서 특별한 이야기를 찾기보다, 파랑과 초록 사이에 번지는 온도와 침묵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자신의 하루 어느 한 순간과 겹쳐 보게 된다.

Lindsay.P

<전시일정> 2025.11.12 - 2025.12.03 비디갤러리 2025.09 - 2026.03 <괴짜전> K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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