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lter (고요의 집)》
아크릴, 캔버스, 연필
2025 · 29 × 18 × 2 cm
일상·풍속·도시
작가 노트
짙은 붉은 지붕이 화면 대부분을 덮고, 그 아래 단정한 흰 집이 자리한다. 문과 창, 벽과 지붕은 모두 직선과 단순한 면으로만 구성되어 있지만, 문고리 하나, 작은 창틀의 선이 이 집에 숨을 불어넣는다. 집의 형태는 극도로 단순화되어 기호처럼 보이지만, 지붕의 넓은 면적과 낮게 깔린 시선은 안쪽에 숨은 온기와 정적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또한 연필로 그은 선들은 완벽히 감춰지지 않고 가장자리에서 은근히 드러나, 견고한 집의 구조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손의 떨림과 망설임을 보여준다. 팝적인 색 대비와 어린아이의 그림을 닮은 단순함은, 실제의 집이라기보다 마음속에 반복해서 떠올리는 ‘이상적인 집’의 상징처럼 다가온다. 배경의 옅은 색과 바닥의 분홍빛 띠는 이 집을 둘러싼 세계를 최소한으로만 암시하며, 관람자가 각자의 기억 속 풍경을 그 사이에 채워 넣도록 여백을 남긴다. 오래된 기억의 집일 수도, 아직 도착하지 못한 미래의 집일 수도 있는 이 이미지는, 문이 닫힌 채 조용히 서 있으면서도 언젠가 열릴 순간을 조용히 기다리는 한 채의 ‘고요의 집’으로 우리 앞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