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오일

2025 · 45.5 × 53 cm

인물·신체이야기·상징동물·식물·자연

작가 노트

짙은 녹색의 숲을 가득 채운 화면 한가운데, 서로를 향해 마주 선 두 마리 새가 떠 있다. 두텁게 올려진 오일 물감의 결 위로 붉은 부리와 노란 부리가 서로를 향해 기울어지며, 복잡한 잎사귀들 사이에서 단번에 시선을 끌어당긴다. 한쪽은 부드러운 살구빛 몸에 붉은 부리를 가진 새, 다른 한쪽은 푸른 몸에 노란 부리를 지닌 새로, 서로 전혀 다른 색을 지녔지만 시선과 방향은 정확히 서로에게 맞춰져 있다. 주변을 둘러싼 잎과 풀들은 초록, 갈색, 주황, 노랑이 겹겹이 뒤엉켜 작은 정글처럼 화면을 메운다. 거친 붓질과 칼자국처럼 남은 물감의 두께는 잎 하나하나를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두 새를 감싸 안은 하나의 배경이자 보호막처럼 느껴지게 한다. 서로 다른 색의 잎들이 앞뒤로 겹치며 만들어 내는 리듬 속에서, 두 새의 부리와 눈만이 또렷한 중심이 되어, 복잡한 자연 속에서도 서로를 찾아내는 시선의 힘을 보여준다. 가까이 다가가면 새들의 몸은 세밀한 묘사 대신 색의 덩어리와 질감으로만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부드러운 살구색과 차가운 푸른색이 숲의 초록과 맞닿는 경계는 분명하면서도 약간 흔들려, 두 존재가 배경과 완전히 분리되기보다 그 안에 스며들어 함께 숨 쉬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마주 보는 부리 사이의 작은 틈은 말 대신 오고 가는 마음의 거리처럼 남아, 관람자로 하여금 이 관계 속에 담긴 시간과 이야기를 조용히 상상하게 한다. 이 그림 앞에 서 있으면, 화면을 가득 채운 잎사귀들의 소란스러운 색감과 달리 두 새가 만들어 내는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하다. 서로를 향해 고개를 기울인 이 작은 ‘부부’의 모습은, 바깥의 소리와 상관없이 자신들만의 온도를 지키고 있는 두 사람의 초상처럼 다가온다. 관람자는 어느새 울창한 숲 가장자리에 서서, 이들이 나누는 묵묵한 대화를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처럼, 한참 동안 그 사이에 머물게 된다.

김경미scholastica

개인전 14회ㆍ아트페어 14회ㆍ 초대전 단체전 160 여회 전시 대한민국미술대전특선외 수상 다수ㆍ프랑스국제아트쇼 최우수작가상ㆍ근대일본미술협회우수상ㆍ특선ㆍ초대작가상ㆍ한국미협ㆍ마산미협ㆍ가톨릭미협ㆍ환경미협ㆍ아트몬드리안ㆍ(주)파마제약 표지작가선정 사보기재ㆍ미술은행작품선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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