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2025 · 45.5 × 53 cm

이야기·상징동물·식물·자연

작가 노트

짙은 초록 위로 크고 작은 잎과 꽃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일정한 방향으로 자라난 숲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한 번에 쏟아져 나온 식물들의 언어에 가깝다. 연두, 터키블루, 분홍, 보라가 번갈아 잎의 윤곽을 따라 번쩍이고, 검은 선은 그 사이를 따라가며 각각의 식물에게 이름 대신 리듬을 부여한다. 화면 어디를 먼저 바라보아야 할지 잠시 망설이는 순간, 숲은 하나의 풍경이 아니라 수많은 기분이 동시에 피어오른 자리처럼 느껴진다. 두텁게 올려진 오일 물감은 잎맥과 꽃잎을 사실적으로 따라가기보다, 손이 지나간 궤적을 그대로 남긴다. 짧게 끊어지는 터치와 둥글게 말린 선들은 빛이 스치는 방향을 재현하기보다, 그날의 호흡과 속도로 숲을 다시 쓰는 행위에 가깝다. 한 겹 위에 또 다른 색이 덧입혀지면서, 초록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 안에 수없이 덧말해진 감정의 층으로 변한다. 곳곳에 숨은 작은 새와 나비, 알 수 없는 씨앗과 열매의 형체들은, 실제로 본 적 없는 숲의 주민들이다. 분홍과 노랑의 작은 점으로만 남겨진 꽃들은 향기를 대신해 화면의 소음을 만든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간 잎사귀들은 제각각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한 화면 안에서 서로의 어깨를 스치며 조용한 합창을 이룬다. 이 작품 앞에 서면 관람자는 숲길을 따라 들어가기보다, 이미 한가운데에 내려앉은 상태로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어느 한 부분에 시선을 오래 두고 있으면, 잎과 꽃의 이름은 서서히 사라지고 색과 선만이 남는다. 그때 비로소 이 숲은 밖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니라, 잠시 머물렀던 마음의 온도와 속도를 기억하는 장소로 다가온다.

김경미scholastica

개인전 14회ㆍ아트페어 14회ㆍ 초대전 단체전 160 여회 전시 대한민국미술대전특선외 수상 다수ㆍ프랑스국제아트쇼 최우수작가상ㆍ근대일본미술협회우수상ㆍ특선ㆍ초대작가상ㆍ한국미협ㆍ마산미협ㆍ가톨릭미협ㆍ환경미협ㆍ아트몬드리안ㆍ(주)파마제약 표지작가선정 사보기재ㆍ미술은행작품선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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