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동산

오일

2026 · 53 × 72.7 cm

이야기·상징

작가 노트

푸른 하늘빛으로 가득 채워진 화면 위에 꽃과 잎, 동물들이 한꺼번에 피어오른다. 노랑과 주황, 분홍, 보라의 작은 꽃들은 규칙을 갖추지 않은 채 사방으로 번져 나가고, 그 사이를 새와 나비, 벌이 가볍게 가르며 지나간다. 숲의 앞과 뒤, 위와 아래가 분명히 나뉘지 않아서, 관람자의 시선은 한 지점을 정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식물과 동물 사이를 헤맨다. 마치 한 번에 떠오른 상상의 조각들을 지우지 않고 모두 남겨 둔 정원 같다. 두텁게 올려진 오일 물감은 잎맥이나 털의 결을 사실적으로 따라가기보다, 손이 멈추고 다시 움직인 자리를 또렷하게 남긴다. 짧게 끊어지는 터치와 둥글게 휘어진 선들은 각각의 동물에게 성격을 부여하면서도, 전체 화면에서는 하나의 살아 있는 패턴처럼 겹쳐진다. 분홍 소, 보라색 짐승, 노란 나비와 검은 고양이는 실제 자연에서 찾기 어려운 색을 가지고 있지만, 파란 배경 위에서 서로의 색을 반사하며 하나의 리듬을 만든다. 이곳의 동물들은 서로를 경계하기보다, 같은 시간대에 조용히 공존하는 존재들에 가깝다. 검은 고양이와 붉은 고양이가 나란히 서서 숲 안쪽을 바라보고, 코끼리와 사슴, 이름을 알 수 없는 짐승들까지 모두 같은 방향으로 귀를 기울인다. 포식자와 피식자의 구분, 크고 작음의 서열이 사라진 자리에서, 화면은 ‘누가 누구를 지켜보는가’가 아니라 ‘함께 어떤 순간을 바라보고 있는가’를 묻는다. 이 작품 앞에 서면 관람자는 숲의 바깥에서 감상자가 되기보다, 갑자기 그 안에 끼어든 한 마리의 동물처럼 느껴진다. 어디에 발을 디뎌야 할지 알 수 없을 만큼 빽빽한 꽃과 잎 사이를 눈으로 더듬다 보면, 현실의 시간감각은 잠시 옅어지고,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이상적인 정원의 온도와 소리가 서서히 떠오른다. 그 순간 이 에덴동산은 먼 신화 속 장소가 아니라, 언젠가 마음속에서 잠깐 지나쳤던 평화의 장면 하나로 조용히 되살아난다.

김경미scholastica

개인전 14회ㆍ아트페어 14회ㆍ 초대전 단체전 160 여회 전시 대한민국미술대전특선외 수상 다수ㆍ프랑스국제아트쇼 최우수작가상ㆍ근대일본미술협회우수상ㆍ특선ㆍ초대작가상ㆍ한국미협ㆍ마산미협ㆍ가톨릭미협ㆍ환경미협ㆍ아트몬드리안ㆍ(주)파마제약 표지작가선정 사보기재ㆍ미술은행작품선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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