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

오일

2026 · 53 × 53 cm

이야기·상징동물·식물·자연

작가 노트

짙은 푸른빛이 화면 전체를 덮고 있고, 그 위로 수많은 물고기들이 한 방향으로 흘러가듯 겹겹이 떠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물감이 여러 번 덧입혀진 결 사이로 연필 혹은 뾰족한 도구로 긁어낸 듯한 선들이 드러나, 물고기와 나뭇잎 같은 형태들이 하나의 결 위에 겹쳐져 있음을 느끼게 한다. 평평해 보이던 푸른 색면은 미세한 결과 긁힌 자국들로 인해 잔잔한 파도처럼 일렁이며, 물속인지 숲속인지 모호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 화면 중앙에는 길게 솟은 잎 모양의 형체들이 숲처럼 서 있고, 그 안쪽에 작은 집 두 채가 각각 다른 잎에 기대어 숨어 있다. 하나는 파란 지붕, 다른 하나는 붉은 지붕을 얹고 있어, 단색에 가까운 화면 속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작은 중심이 된다. 나무인지 거대한 물풀인지 알 수 없는 이 형체들은 물고기 떼와 같은 방향으로 흐르면서도, 그 안에 자리한 집만은 조용히 머물러 있는 듯 보인다. 움직임과 정지, 떠다님과 머묾이 한 화면 안에서 동시에 존재하는 순간이다.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물고기들은 떼 지어 지나가는 시간의 조각처럼 반복되지만, 각자의 간격과 방향이 미묘하게 달라서,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하루들의 행렬을 바라보는 느낌을 준다. 그 속에서 작게 박힌 집의 창문은 누군가의 시선이 머무는 자리이자, 흐름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내밀한 공간처럼 다가온다. 관람자는 이 푸른 숲을 바라보며, 자신 역시 거대한 흐름 속을 지나가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편에만은 작은 집 하나를 조용히 지키고 있는 사람처럼 느끼게 된다.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화면을 가득 메운 푸른색이 점차 깊이를 바꾸며 물과 공기, 밤과 새벽 사이를 천천히 오간다. 물고기 떼의 잔잔한 행렬과 나무 같은 형체들 사이에 잠시 서 있는 동안, 관람자는 자신의 속도가 이 숲의 리듬과 맞춰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림을 떠난 뒤에도 그 고요한 흐름이 마음속 어딘가에서 계속 이어지는 듯한 여운을 남긴다.

김경미scholastica

개인전 14회ㆍ아트페어 14회ㆍ 초대전 단체전 160 여회 전시 대한민국미술대전특선외 수상 다수ㆍ프랑스국제아트쇼 최우수작가상ㆍ근대일본미술협회우수상ㆍ특선ㆍ초대작가상ㆍ한국미협ㆍ마산미협ㆍ가톨릭미협ㆍ환경미협ㆍ아트몬드리안ㆍ(주)파마제약 표지작가선정 사보기재ㆍ미술은행작품선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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