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오일

2026 · 40.9 × 53 cm

이야기·상징동물·식물·자연

작가 노트

화면의 위와 아래는 전혀 다른 두 개의 세계처럼 나뉘어 있지만, 하나의 몸이 그 사이를 가로질러 눕는다. 하늘빛으로 가득 찬 윗부분에는 연보라와 분홍의 동그란 기운이 둥실 떠 있고, 작은 새들과 꽃이 담긴 새장이 공중에 매달려 있다. 아래쪽에는 짙은 초록과 갈색, 분홍과 파랑의 작은 꽃들이 빽빽하게 자라난다. 이 두 세계의 경계선 위에 인물이 길게 누워, 한 손은 머리를 받치고 다른 손에는 푸른 피리를 느슨하게 쥔 채 눈을 감고 있다. 인물의 몸은 흰색의 커다란 직사각형으로 단순화되어, 이 정원 전체를 받치는 하나의 평평한 바닥처럼 보인다. 세밀한 묘사 대신, 두툼하게 올려진 오일 물감의 결이 얼굴과 머리카락, 손의 방향을 조용히 드러낸다. 화면 아래에서 자라난 식물들은 규칙적인 패턴이 되기보다, 서로 다른 초록과 꽃색이 겹쳐진 작은 파도처럼 인물 쪽으로 밀려온다. 그 사이를 노란 나비들이 천천히 가로지르며, 잠든 몸 주변으로 보이지 않는 바람과 숨결을 만든다. 하늘 쪽에 떠 있는 새와 새장은 이 정원이 실제 장소라기보다, 마음속에서 그려진 풍경임을 암시한다. 열려 있는 듯 보이는 새장과 그 주변을 맴도는 새들은, 이미 풀려난 소리와 생각들을 상징하는 작은 기호처럼 떠 있다. 인물의 손에 쥐어진 피리는 소리를 내고 있지 않지만, 화면 전체에 번진 보라빛과 초록의 리듬은 마치 이미 연주가 끝난 뒤의 잔향처럼 남아, 정원을 하나의 음악처럼 느끼게 만든다. 이 작품 앞에 서면 관람자는 멀리서 장면을 바라보는 사람이기보다, 인물 곁에 함께 누워 있는 사람에 가까워진다. 눈을 감은 얼굴, 손에 힘을 뺀 피리, 발밑에서 천천히 자라나는 풀과 꽃들 사이에서, ‘평화’는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시간으로 그려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누워 있기만 해도 세계가 천천히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작은 정원은 조용히 들려준다.

김경미scholastica

개인전 14회ㆍ아트페어 14회ㆍ 초대전 단체전 160 여회 전시 대한민국미술대전특선외 수상 다수ㆍ프랑스국제아트쇼 최우수작가상ㆍ근대일본미술협회우수상ㆍ특선ㆍ초대작가상ㆍ한국미협ㆍ마산미협ㆍ가톨릭미협ㆍ환경미협ㆍ아트몬드리안ㆍ(주)파마제약 표지작가선정 사보기재ㆍ미술은행작품선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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