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데로 갔나 어데로 갔나 나의 꼬랑지》
오일
2026 · 45.5 × 53 cm
작가 노트
노란 고양이가 화면을 가득 채운 채, 어딘가를 힐끗 돌아본다. 얼굴은 왼쪽 끝으로 밀려 있고, 잘린 듯 보이는 몸통은 화면 중앙을 가로질러 지나가지만, 제목이 말해 주듯 정작 꼬리는 보이지 않는다. 두툼하게 올려진 오일 물감 위로 노랑, 주황, 붉은색이 뒤섞이며 털의 결을 대신하고, 그 속에서 고양이의 몸은 하나의 덩어리이자 불꽃 같은 기운으로 흔들린다. 동그랗게 치켜뜬 눈과 약간 비뚤어진 입매는, 잃어버린 무언가를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어딘가 우스꽝스럽게 받아들이는 표정을 만들어 낸다. 몸통을 따라 이어지는 색의 줄무늬는 실제 털무늬라기보다, 손이 여러 번 지나간 방향과 속도를 보여 주는 궤적에 가깝다. 붓과 나이프가 긁고 밀어 올린 자리마다 깊은 골이 생기고, 그 사이로 다른 색들이 비집고 올라와 겹겹의 시간을 만든다. 노랑과 빨강, 초록이 뒤엉킨 부분은 마치 기억이 뒤섞인 흔적처럼, 어디까지가 몸이고 어디서부터가 배경인지 모호해진다. 네 다리와 배 아래의 흰색 덩어리는 얼룩진 채로 남아 있어, 단단한 몸통 아래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 작은 기둥처럼 보인다. 배경의 하늘빛과 회색, 연분홍 색채는 화면 위쪽에서 소용돌이치듯 섞이며, 고양이의 등 위로 살짝 흘러내린다. 이 색들은 고양이를 둘러싼 실제 공간을 설명하기보다, 그가 서 있는 마음의 날씨를 비추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소 거칠고 불균일한 붓질은 고양이의 유머러스한 형태와 어긋나면서, 장난스러운 표정 뒤에 숨은 불안과 허전함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 작품 앞에 서면 관람자는 ‘꼬리를 잃어버린 고양이’의 우스운 모습에 먼저 웃음이 나다가도, 문득 자신이 잊어버린 어떤 한 조각을 떠올리게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 덜 갖추어져 있어도 그대로 화면 한가운데 서 있는 이 고양이처럼, 우리 각자의 결핍과 허술함도 선명한 색과 질감으로 살아 움직인다. 사라진 꼬리를 찾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몸짓과 표정을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그림이다.
김경미scholastica
개인전 14회ㆍ아트페어 14회ㆍ 초대전 단체전 160 여회 전시 대한민국미술대전특선외 수상 다수ㆍ프랑스국제아트쇼 최우수작가상ㆍ근대일본미술협회우수상ㆍ특선ㆍ초대작가상ㆍ한국미협ㆍ마산미협ㆍ가톨릭미협ㆍ환경미협ㆍ아트몬드리안ㆍ(주)파마제약 표지작가선정 사보기재ㆍ미술은행작품선정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