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sofa》
아크릴,캔버스
2025 · 53 × 45 cm
작가 노트
캔버스 한가운데 놓인 짙은 초록색 소파는 마치 한 사람의 자리를 대신하는 듯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부드러운 벨벳 같은 질감과 두툼한 쿠션의 형태는 안락함을 떠올리게 하지만, 주변을 둘러싼 거친 붓질의 배경은 그 안락함이 완전히 편안하지만은 않음을 암시한다. 흰빛과 회색이 뒤섞인 벽면은 시간의 흔적처럼 얼룩져 있고, 그 앞에 홀로 놓인 소파는 텅 빈 방 안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인물처럼 보인다. 소파 아래와 주변으로는 초록의 식물들이 자라나며, 가구와 자연이 한 화면 안에서 뒤섞인다. 의자의 다리와 식물의 줄기, 잎의 방향이 서로 얽히며, 실내와 실외, 인공과 자연의 경계가 흐려진다. 아크릴 특유의 두텁고 거친 레이어는 이 경계를 더 모호하게 만들며, 현실의 공간이라기보다 기억과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장소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 작품 속 소파는 단순한 생활용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부재와 흔적을 품은 자리이자, 잠시 몸을 내려놓을 수 있는 쉼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화면 앞에 서면 관람자는 비어 있는 이 자리에 자신을 겹쳐 보게 되고, 초록빛으로 가득 찬 식물들 사이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는 상상을 하게 된다.
박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