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천사 타락 작전: Look at me

아크릴, 캔버스

2026 · 10 × 10 cm

인물·신체이야기·상징

작가 노트

사각형 화면을 가득 채운 핑크는 더 이상 귀엽기만 한 배경색이 아니다. 아크릴 특유의 평평하고 또렷한 발림 위에, 사랑의 색으로 소비되어버린 핑크가 겹겹이 깔리며 시야를 압도한다. 도망칠 곳 없이 번지는 이 색은 달콤함보다 피로와 집착, 그리고 지워지지 않는 잔상에 가깝다. 프레임을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눈은 정면을 응시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강하게 “나를 바라봐”라고 요구한다. 과장된 속눈썹 대신 굵은 검은 선과 단순한 곡선이 감정을 대신하고, 동공 안의 X 표시는 이미 한 번 소진된 마음, 혹은 소거된 자아를 상징한다. 화면을 지배하는 것은 인물이라기보다 캐릭터의 일부, 후드와 눈, 파편화된 얼굴이다. 누군가에게 맞춰주다 남은 잔여물처럼, 사랑의 장면 속에서 기능만 남은 자기를 드러낸다. 팝아트적인 단순화와 낙서 같은 선은 가볍게 보이지만, 그 안에 “헤빌이”라는 자의식을 숨긴다. 이 캐릭터는 특정한 누군가이면서 동시에 아무도 아니고, 결국에는 나 자신일 수도 있는 존재다. 귀엽게 남아 있으려는 표정과 지친 기색이 한 화면 안에 겹쳐지면서, 사랑, 욕망, 집착, 피로가 한 덩어리로 뭉쳐진 감정을 만든다. 이 작은 캔버스는 거창한 추락의 순간을 그리기보다, 아주 조용히 나를 잃어버리던 시간을 기록한다. 관람자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시선과 과도하게 가까운 클로즈업 속에서, ‘입혀지고 잊혀지는’ 후드의 입장이 되어본다. 오늘도 누군가는 이 얼굴을, 이 후드를, 이 핑크색 감정을 아무렇지 않게 걸쳐 입는다. 그리고 그 장면을 끝까지 지켜보는 시선이, 화면 안에서 여전히 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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