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Sk8er Boi

스프레이, 나무

2026 · 24 × 107 cm

작가 노트

누군가의 방 한쪽 벽, 혹은 스케이트 파크의 램프 옆면에 무심히 칠해진 낙서처럼 이 작업은 시작된다. 나무 패널 위에 분사된 스프레이의 분홍과 검정, 흐릿하게 겹쳐진 선과 번진 자국들은 또렷한 형상 대신, 속도와 리듬만을 남긴다. 단어였을지도 모를 흔적은 의도적으로 읽히지 않고, 그저 ‘지나가버린 한 순간’의 궤적으로만 남는다. Sk8er Boi는 특정 인물을 묘사하기보다, 스케이트보드와 함께하던 시절의 공기와 태도를 불러오는 장면에 가깝다. 낮게 깔린 긴 가로 포맷 안에서 분홍의 면은 도시의 콘크리트 위로 번지는 저녁빛처럼 퍼지고, 그 위를 가르는 스프레이 선들은 보드가 바닥을 스치며 남기는 라인처럼 튄다. 반듯한 구도 대신 삐져나간 경계와 얼룩을 남겨, 통제되지 않는 몸의 움직임과 충동적인 낙서를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이 작업은 대중문화 속 ‘스케이터’라는 이미지에 대한 장식적인 인용이 아니라, 그 시절의 무모함과 자유로움을 붙잡아두려는 또 하나의 시도다. 나무라는 단단한 지지체 위에 휘발적인 스프레이를 입혀, 금방 지워질 거리의 그래피티를 실내로 데려오듯 고정시킨다. 관람자는 이 분홍빛 표면 앞에서, 한때 자신에게도 있었던 어떤 속도와 소음, 그리고 그와 함께 스쳐 지나간 밤들을 조용히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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