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Kitch Hevils: Gyaru

아크릴, 캔버스

2026 · 22 × 22 cm

작가 노트

22x22cm의 작은 정사각형 안에 떠 있는 이 핑크 악마-천사는, 이미 한 번 추락을 겪고도 여전히 사랑을 포기하지 못한 얼굴에 가깝다. 하트 모양으로 가려진 눈, 꿰맨 듯 이어진 얼굴의 선, 삐죽 나온 뿔과 머리 위의 링은 천사와 불량한 캐릭터 사이를 오가는 정체성을 보여준다. 십자가 귀걸이와 작은 하트 마크들은 한때 순진했던 존재가 이제는 장식이 아니라 방패에 가까운 아이템들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음을 암시한다. 배경을 가득 채운 짙은 핑크와 검은 얼룩 패턴은 Y2K 시대의 애니멀 프린트와 그래피티 벽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두꺼운 블랙 라인은 캐릭터와 글자를 하나의 태그처럼 묶어 올리며, 화면 전체를 하나의 낙서된 스티커처럼 보이게 만든다. 핑크는 귀여움의 색이라기보다, 과열된 감정과 버티는 힘을 품은 전투복처럼 작동하고, 곳곳에 번지는 보라색은 식지 않는 상처와 차가운 생각의 그림자를 깔아준다. 아크릴로 또렷하게 칠해진 하트, X자, 말풍선 같은 요소들은 만화와 팝아트의 언어를 빌려 와 그래피티의 리듬으로 다시 배열된다. 한 번에 읽히지 않는 글자 조각들 사이로 이 캐릭터는 마치 태그처럼 박혀 있어, “여기에 내가 있었다”는 서명을 대신한다. 사랑을 믿기엔 이미 너무 많이 다쳐버렸지만, 완전히 지워버리기엔 여전히 하트 모양의 표정을 하고 있는 세대의 얼굴이기도 하다. 이 이미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한때는 너무 진지했고 지금은 조금 오글거리는 연애의 기억들이 핑크빛 노이즈처럼 되살아난다. 흑역사라고 부르며 웃어넘겼던 감정들이 이 작은 악마-천사의 표정 위에서 다시 현재형으로 떠오르고, 관람자는 자신의 오래된 취향과 사랑의 잔상을 조용히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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