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탈》
수채
2022 · 45 × 60 cm
작가 노트
짙은 갈색과 탁한 황색이 뒤엉킨 두 마리의 사자가 화면 중앙에서 정면으로 맞부딪힌다. 왼편의 사자는 몸 전체를 낮게 끌어올리며 앞으로 치받고, 벌어진 입 안의 붉은 기운과 검은 이빨이 한순간의 포효를 드러낸다. 오른편의 사자는 몸을 비스듬히 틀어 받아내며, 갈기와 어깨 주변으로 번진 노란 물감이 역광처럼 번쩍인다. 배경은 구체적인 풍경 대신 흙먼지와 물기 같은 중간색의 얼룩으로 남아 있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들판 한가운데에서 오직 이 충돌만이 또렷하게 떠오른다. 수채 특유의 번짐과 긁힌 자국이 겹쳐지며, 털의 결과 날아오르는 먼지를 동시에 만든다. 사자의 갈기 위로는 붓이 여러 번 오가며 남긴 선과 긁힌 흰 흔적이 뒤섞여, 부드러운 털과 거친 흉터가 한 몸에 공존하는 피부를 만든다. 발치 주변의 옅은 청록과 회색은 땅과 그림자를 구분하기보다, 싸움의 진동이 번져 나가는 파장처럼 퍼진다. 단단히 닫힌 윤곽선 대신, 물이 스며든 자국과 긁어낸 자리가 반복되며, 찢기고 밀려난 힘의 방향을 시각적인 리듬으로 남긴다. 두 사자의 몸은 완전히 드러나지 않고 화면 밖으로 잘려 나가 있다. 관람자는 전신을 보는 대신, 어깨의 긴장, 앞다리의 굽힘, 벌어진 입과 목 주변의 뒤틀림에 먼저 시선을 빼앗긴다. 배경으로 번져 나간 붓질들은 먼지구름이자 보이지 않는 포효의 울림처럼, 두 동물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흔들어 놓는다. 이 장면은 승패가 결정된 결과가 아니라, 막 정점에 이른 한순간을 붙잡아 두며, 무엇을 지키기 위해 이 싸움이 벌어졌는지 보는 이의 상상 속에 남겨 둔다. 작품 앞에 서면, 구체적인 사자의 형상보다 먼저 전해지는 것은 몸으로 밀고 들어오는 긴장감이다. 서로를 향해 달려드는 두 덩어리의 무게, 튀어 오르는 먼지와 물기, 번져 나가는 색의 떨림을 따라가다 보면, 화면 속 ‘쟁탈’은 동물 세계의 장면을 넘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한 본능적인 충돌의 기억과 겹쳐진다. 관람자는 이 거친 숨소리 사이 어디쯤에 자신의 자리를 두게 될지, 조용히 가늠해 보게 된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