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m/3》
아크릴, 캔버스, 마카
2025 · 90.9 × 72.7 × 2 cm
작가 노트
하얀 캔버스 위로 서로 다른 색의 꽃들이 흩뿌려지듯 떠 있습니다. 노랑, 레드, 핑크, 블루, 그린, 크림 컬러가 두꺼운 검은 윤곽선 안에서 또렷하게 구획되면서, 하나의 화면 안에 여러 개의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단순화된 꽃잎과 타원형의 꽃심, 그리고 그 주변을 맴도는 작은 점들은 얼굴의 눈과 입, 혹은 말풍선처럼 보이기도 하며, 각각의 꽃이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말을 걸어오는 듯한 인상을 남깁니다. 마카로 단숨에 그어진 듯한 라인 위에 아크릴 컬러가 고르게 채워지면서, 평면적이지만 속도가 느껴지는 표면이 만들어집니다. 매끈하게 칠해진 색면 사이사이에는 붓질의 방향과 농도 차이가 미세하게 남아 있어, 반복되는 형태 안에서도 서로 다른 호흡과 온도를 감지하게 합니다. 화면을 가득 메우지 않고 여백을 남긴 구성은, 빽빽한 군무가 아니라 공중에 흩어진 순간 포즈처럼 느껴지며, 꽃과 꽃 사이의 간격이 숨을 고르는 공간이 됩니다. 비슷한 크기와 구조를 가진 꽃들이 화면 전체에 고르게 배치되어 있지만, 어느 하나도 완전히 같은 모양은 없습니다. 약간 기울어진 꽃, 겹쳐진 라인, 진하게 뭉친 검은 점들은, 반복과 차이가 동시에 존재하는 일상의 얼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관람자는 이 다채로운 표정들 사이를 시선으로 천천히 옮겨 다니며, 어느 순간 자신과 닮은 리듬을 가진 한 송이와 마주치게 됩니다. 그렇게 한 송이, 또 한 송이를 따라가다 보면, 화면 전체가 조용한 소음과 웃음이 뒤섞인 작은 광장처럼 느껴지는 지점에 다다르게 됩니다.
Okovoco 김정연
김정연(Jeong Yeon Kim) 화가는 색과 리듬을 기반으로 감정과 생명력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형태 속에 에너지와 확장성을 담아 동시대적 감각의 회화 언어를 구축하며, 회화·출판·브랜드를 아우르는 작업 세계를 전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