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rnity

캔버스,과슈

2023 · 19 × 23 cm

동물·식물·자연이야기·상징

작가 노트

분홍빛으로 가득 찬 하늘 아래, 두 마리의 어린 양이 서로를 향해 살짝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습니다. 부드럽게 겹겹이 쌓인 털의 결은 숨소리까지 들릴 것처럼 고요하고, 코끝이 맞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전해지는 온기는 말로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합니다. 양들의 이마에서는 나선형의 뿔이 자라나 서로를 향해 뻗어 있으며, 그 끝이 한 점에서 만나는 순간, 작은 별빛이 피어오르듯 은은한 빛이 맺혀 있습니다. 현실의 양과 상상 속 유니콘이 겹쳐진 이 모습은, 가장 순한 존재에게서 태어나는 기적 같은 사랑을 떠올리게 합니다. 양들이 몸을 누이고 있는 자리는 폭신한 구름처럼 표현된 보랏빛의 둥근 공간입니다. 경계가 또렷하지 않은 이 구름은 품에 안긴 이불처럼 두 존재를 감싸 안고, 가장 안전한 안식처가 된 듯한 인상을 줍니다. 구름 가장자리에서 자라나는 작은 녹색 잎들은, 정지된 시간 속에서도 여전히 자라고 있는 생명과 마음의 온도를 상징하듯 조용히 번져 나갑니다. 강렬한 대비 대신 과슈 특유의 부드러운 색 번짐이 화면 전체를 채우며, 사랑이 폭발적으로 타오르기보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잔잔히 이어질 것만 같은 감각을 남깁니다. 이 작품에서 제목의 ‘Eternity’는 거창한 영원을 말하기보다, 서로의 이마가 닿을 만큼 가까이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이 짧은 순간에 머무릅니다. 언제까지일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만큼은 완전히 서로에게 기대어 있을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뿔 끝의 작은 별처럼 조용히 빛납니다. 작품 앞에 서서 두 양의 닫힌 눈과 맞닿은 코끝을 따라 천천히 시선을 머물다 보면, 관람자는 자신의 기억 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가장 부드러운 포옹의 감각, 그리고 그 시간이 아직 마음 깊은 곳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느낌과 마주하게 됩니다.

전별희

저는 항상 약하고 덧없어 보이는 존재에 마음이 끌리곤 했습니다. 구름, 어리고 무해한 동물들, 식물과 같은 존재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연약한 존재들이 거주하는 안전하고 포근한 세계를 저만의 환상세계로 규정하고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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