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아크릴

2025 · 33 × 24 cm

동물·식물·자연풍경·산수

작가 노트

짙은 오렌지와 노란빛이 겹겹이 번지는 화면 위로, 둥근 해가 천천히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단순한 구성이지만, 하늘과 바다를 채운 따뜻한 색의 층들이 밤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그 짧은 순간의 온도를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위로 갈수록 옅어지는 노랑과 아래로 갈수록 깊어지는 주황의 그러데이션은, 한 번에 훅 올라오는 빛이 아니라 서서히 번져오는 기운처럼 느껴집니다. 바다를 가르는 두 개의 검은 실루엣은 육지이자, 화면 속에서 시선을 붙잡아 주는 닻과 같습니다. 강하게 칠해진 어두운 덩어리는 주변의 밝은 색을 더 환하게 밀어 올리면서, 동시에 풍경 안에 안정감을 만들어 줍니다. 거친 붓결로 표현된 바위와 나무의 형태는 세밀한 묘사 대신, 새벽녘 역광 속에서 보이는 윤곽만을 남겨 두어 보는 이가 각자의 기억 속 풍경을 겹쳐 볼 수 있게 합니다. 아크릴 특유의 선명한 발색을 살려 칠해진 하늘과 바다는, 실제보다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환한 빛으로 과장되어 있습니다. 그 과장된 따뜻함 속에서, 화면 중앙의 둥근 해는 마치 하나의 작은 달항아리처럼 비어 있으면서도 꽉 찬 형상으로 떠오릅니다. 하루의 시작을 여는 일출이면서, 집 안에 걸어 두었을 때 공간의 기운을 밝게 정돈해 주는 하나의 빛의 그릇처럼 다가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작은 캔버스이지만, 벽에 걸어 두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해를 향해 모였다가, 다시 천천히 주변의 색과 어둠을 훑게 됩니다. 바쁜 하루 속에서 문득 눈길이 머물 때마다, 이 일출이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의 온도를 다시 맞추는 조용한 시작점이 되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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