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see a larger world

아크릴, 아르쉬 종이, 캔버스, 오일 파스텔

2021 · 90.9 × 72.7 cm

추상·비구상동물·식물·자연이야기·상징

작가 노트

빈 캔버스는 내게 빈 악보와 같다. 그것은 침묵하는 하얀 풍경이며, 나는 무엇을 그려야 하는지보다 무엇이 내 안에서 흘러나오려 하는지 내면의 파동을 감각하고 응시한 뒤, 첫 음을 얹는 마음으로 색을 택한다. 하나의 색은 다른 색을 부르고, 선은 면과 함께 호흡하며, 보이지 않던 리듬이 하얀 풍경 위로 박동하기 시작한다. 내가 그리는 세계는 완전한 존재들의 낙원이 아니다. 나의 악보에는 동물들이 자주 찾아온다. 말과 앵무새, 토끼와 돌고래, 개와 물고기,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생명들까지. 그들은 저마다의 작은 흉터와 정상성의 범주를 벗어난 빛깔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함께 같은 계절을 건너간다. 규범적 질서를 넘어설 수 있는 공간을 향해,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숨쉬고 있는 서로의 결핍을 껴안은 채. 나는 내 안의 더 깊은 존재의 층위에서 울리는 언어를, 새로운 음표들을 발굴해 내고 싶다. 내 안에서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목소리를, 심연의 검정에서 새어 나오는 꿈틀거리는 푸른 빛을 잡아 그것을 언어로 길어 올리고 싶다. 형태를 갖추지 못한 채 떨리고 있는, 의미 이전의 상태로 나에게 다가오는 음파들을 붙잡아 나의 빈 악보 속에서 헤엄칠 수 있도록.

원희수

Painter , Poet , Filmmaker 빈 캔버스는 내게 빈 악보와 같다. 그것은 침묵하는 하얀 풍경이며, 나는 무엇을 그려야 하는지보다 무엇이 내 안에서 흘러나오려 하는지 내면의 파동을 감각하고 응시한 뒤, 첫 음을 얹는 마음으로 색을 택한다. 하나의 색은 다른 색을 부르고, 선은 면과 함께 호흡하며, 보이지 않던 리듬이 하얀 풍경 위로 박동하기 시작한다. 내가 그리는 세계는 완전한 존재들의 낙원이 아니다. 나의 악보에는 동물들이 자주 찾아온다. 말과 앵무새, 토끼와 돌고래, 개와 물고기,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생명들까지. 그들은 저마다의 작은 흉터와 정상성의 범주를 벗어난 빛깔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함께 같은 계절을 건너간다. 규범적 질서를 넘어설 수 있는 공간을 향해,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숨쉬고 있는 서로의 결핍을 껴안은 채. 나는 내 안의 더 깊은 존재의 층위에서 울리는 언어를, 새로운 음표들을 발굴해 내고 싶다. 내 안에서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목소리를, 심연의 검정에서 새어 나오는 꿈틀거리는 푸른 빛을 잡아 그것을 언어로 길어 올리고 싶다. 형태를 갖추지 못한 채 떨리고 있는, 의미 이전의 상태로 나에게 다가오는 음파들을 붙잡아 나의 빈 악보 속에서 헤엄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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