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안압지》
파스텔
2026 · 50 × 75 cm
작가 노트
짙은 남청색과 보랏빛이 뒤섞인 밤하늘이 화면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파스텔의 부드러운 번짐으로 그려진 하늘은 한껏 가라앉은 저녁 이후의 시간, 소리가 거의 사라진 순간을 품고 있다. 드문드문 찍힌 흰 점들은 별이면서 동시에 물 위에 떠 있는 먼 불빛처럼 보이며, 위와 아래, 하늘과 연못의 방향감을 천천히 흐려 놓는다. 화면 중앙 오른쪽, 안압지의 전각은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또렷한 형체로 떠오른다. 선명한 지붕의 곡선과 기둥 사이의 빈 공간은 세밀한 묘사보다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로 드러나며, 파스텔의 금빛이 겹겹이 쓸려 올라가 건물의 윤곽을 감싸 안는다. 이 빛은 건축의 구조를 비추면서도, 오래된 시간의 층위를 한 번에 드러내는 듯한 잔광으로 번져 나간다. 전각 뒤로는 검푸른 나무 덩어리가 낮게 깔려 있어, 인공의 빛과 자연의 어둠이 맞닿는 경계를 조용히 받쳐 준다. 연못의 수면은 거의 화면 절반을 차지하며, 깊은 남색과 보랏빛이 얇은 안개처럼 겹쳐져 있다. 위에서 내려온 빛은 물 위에서 한 번 더 풀리며, 전각의 형태를 정확히 비추기보다 흔들리는 금빛 얼룩으로만 남는다. 곳곳에 흩뿌려진 흰 점과 짧은 선들은 물결의 미세한 떨림이자, 밤공기를 스치는 작은 소리처럼 보인다. 이 반사와 번짐의 층들 사이에서, 연못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비치는 하나의 거울로 변한다. 이 풍경 앞에 서면, 경주 안압지는 특정한 여행지라기보다, 오래된 기억과 지금의 시간이 겹쳐지는 자리로 다가온다. 또렷한 건물과 풀려 버린 수면, 머리 위의 별빛과 아래에서 흔들리는 빛의 조각들을 따라가다 보면, 관람자는 자신 안에 남아 있는 어떤 밤의 정원을 떠올리게 된다. 잠시 멈춰 선 시선은 물 위에 떠 있는 전각처럼 고요히 머물며, 지나온 시간과 아직 오지 않은 시간 사이의 얇은 경계 위에서 천천히 호흡하게 된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