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there》
수채
2026 · 31 × 41 cm
작가 노트
짙은 청회색 물길이 화면 아래에서부터 사선으로 올라오며, 관람자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숲의 안쪽으로 이끈다. 수채 물감이 여러 번 겹쳐 번진 물 표면은 잔잔한 흐름과 소용돌이, 얕은 물결이 동시에 스며 있는 듯한 질감을 만들어 내고, 그 사이사이에 드러난 바위의 회색과 베이지색은 발을 디딜 수 있는 작은 발판처럼 떠오른다. 물감이 스며들며 남긴 가장자리의 흐릿한 경계는, 물과 돌, 그림자와 빛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분명히 나누지 않은 채, 흐름 그 자체에 시선을 머물게 한다. 양쪽에서 물길을 감싸고 있는 숲은 노랑, 주황, 붉은 갈색이 겹겹이 쌓여 늦가을의 공기를 전한다. 왼편의 숲은 비교적 두텁고 차분한 색층으로, 오른편은 더 선명한 주황과 황금빛으로 타오르듯 표현되어, 마치 한 계절의 서로 다른 순간이 한 화면 안에 공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위로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이 잔선으로 빠르게 올라가며, 수직과 사선의 리듬을 만들고, 군데군데 흰 물감이 튄 자국과 밝게 남겨진 여백은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의 파편처럼 남아 있다. 화면 중앙 위쪽으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숲의 밀도가 점점 옅어지며 길 끝의 밝은 여백이 조용히 드러난다. 특정한 건물이나 인물은 등장하지 않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열려 있는 이 작은 통로는 ‘어딘가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제목처럼, 아직 도착하지 않은 장소와 시간에 대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관람자는 물가의 차가운 공기와 낙엽의 건조한 냄새, 나뭇가지가 맞부딪히는 소리를 상상하며,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각자의 기억과 마음속 풍경을 겹쳐 보게 된다. 이 작품은 화려한 풍경 묘사보다는, 물 흐름과 나뭇가지, 색의 번짐이 만들어 내는 방향성과 기운을 통해 ‘거기로 향하는 마음’을 조용히 드러낸다. 잠시 멈춰 서서 화면 안쪽의 밝은 틈을 바라보고 있으면, 실제로 어디에 서 있는지와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속도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보고 싶어지는 숲길 하나가 눈앞에 열리는 듯하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