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ll》
수채
2026 · 38 × 58 cm
작가 노트
옅은 안개가 깔린 물가 위로, 한 줄기 물살이 낮은 폭포처럼 흘러내리며 화면의 중심을 이룬다. 수채 물감이 여러 번 겹쳐 번진 물 표면은 부드러운 회색과 푸른빛이 섞여, 빠르게 떨어지는 물과 그 아래에서 다시 잔잔해지는 흐름을 동시에 품고 있다. 흰 물감으로 남겨진 거품과 물보라는 순간적으로 부서지는 빛의 조각처럼 번쩍이며, 물가 앞쪽의 짙은 그림자는 계절이 깊어질수록 더 서늘해지는 공기를 조용히 전한다. 물길을 둘러싼 숲은 노랑과 연두, 올리브색이 겹겹이 쌓여, 가을의 끝과 초록의 잔향이 함께 남아 있는 시간대를 보여 준다. 왼편의 나무들은 붉은빛이 감도는 갈색과 주황으로 물들어 있고, 가느다란 가지들이 빠른 선으로 얽히며 화면 위로 치솟는다. 오른편의 굵은 나 trunks는 더 짙고 안정된 색으로 서 있어, 흩어지는 잎과 대비되는 든든한 축이 된다. 가지 사이사이에 튄 흰 점들과 밝게 남겨진 여백은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이 순간적으로 걸린 자리처럼 반짝인다. 수직으로 솟은 나뭇가지와 사선으로 뻗은 풀잎, 그리고 수평으로 떨어지는 물살이 서로 다른 방향의 리듬을 만들며, 화면 전체에 ‘떨어지고, 자라고, 흐르는’ 움직임을 겹쳐 놓는다. 수채 특유의 번짐과 스며듦은 잎과 풀, 물과 안개를 명확히 나누지 않은 채, 계절이 한 덩어리의 기운처럼 퍼져 있는 느낌을 남긴다. 이 풍경은 특정한 장소의 기록이라기보다, 어느 해 가을에 잠깐 스쳐 지나간 물가의 공기, 물소리와 빛의 온도를 다시 불러오는 장면에 가깝다. 관람자는 화면 아래의 고요한 물 위에서부터 폭포의 하얀 물살, 그리고 그 위로 얽힌 가지와 노란 하늘 쪽으로 천천히 시선을 올리게 된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와 젖은 흙 냄새, 마지막 잎들이 흔들리는 기척을 마음속으로 들어 보며 이 풍경 앞에 서다 보면, 어느새 계절의 한가운데가 아니라,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 사이의 짧은 틈에 함께 서 있는 듯한 감각이 조용히 스며든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