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잔상》
수채
2026 · 38 × 55 cm
작가 노트
짙은 녹색과 노랑이 번져 오른 화면 위로, 빛이 한 번 스쳐 지나간 자국처럼 옅은 초록의 층이 남아 있다. 수채의 번짐으로 만들어진 이 초록의 덩어리들은 하나의 나무라기보다, 여러 겹의 잎과 공기, 그리고 눈에 남은 잔상을 겹쳐 놓은 기억의 숲에 가깝다. 위쪽에서 아래로 스며드는 밝은 색은 햇빛이 내려앉은 순간을 붙잡은 듯하고, 그 사이사이 어두운 남청과 청록의 그림자는 나뭇가지와 그늘, 그리고 말로 설명되지 않는 오후의 기온을 함께 품고 있다. 화면 중앙을 가로지르는 밝은 회색의 띠는 담장이자 경계처럼 서 있지만, 물감이 스며들며 흐려진 가장자리 덕분에 안과 밖을 분명히 가르지 않는다. 그 앞쪽의 갈색과 올리브색이 뒤섞인 바닥은 흙과 풀, 젖은 땅의 기운이 한꺼번에 스며든 자리처럼 보인다. 긁어낸 흰 선과 튀어 오른 작은 점들은 흩어진 잔가지이자, 눈에 들어왔다 사라지는 빛의 파편처럼 화면을 스쳐 지나가며, 정지된 풍경 속에도 계속해서 움직임이 남아 있음을 드러낸다. 곳곳에 박힌 흰 물감의 점들은 햇빛에 반짝이는 이슬이나 먼지, 혹은 순간적으로 눈을 찌르는 반사광처럼 떠 있다. 규칙 없이 흩어진 이 작은 흔적들은, 숲을 바라볼 때 항상 시야 한쪽에서 깜빡이며 사라지는 미세한 감각들을 대신 기록한다. 붓자국이 남긴 사선과 수직선들은 나뭇가지와 풀줄기를 암시하면서도, 동시에 이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의 떨림, 숨을 고르는 리듬을 따라 그어진 선처럼 느껴진다. 이 이미지 앞에 서면, 먼저 보이는 것은 초록의 무게이지만, 조금 더 머물다 보면 그 안에서 점점 형태가 흐려지고 감각만 남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구체적인 나무 한 그루를 떠올리기보다, 한 번 지나쳤던 길가의 숲, 창밖으로 스쳐 본 정원의 빛 같은 장면들이 겹쳐 올라오며, 관람자는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초록의 잔상들을 이 풍경 위에 조용히 덧그리게 된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