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
혼합재료, 파스텔
2026 · 75 × 48 cm
작가 노트
짙은 어둠을 배경으로, 화면 중앙에는 붉은 장미와 꽃잎의 덩어리가 한 번에 피어오른다. 파스텔과 혼합재료로 부드럽게 문지르고 흐트러뜨린 색들은 정확한 꽃의 형태라기보다, 이미 지나간 향기와 온도가 뒤섞인 한 덩어리의 기억처럼 남아 있다. 붉은색과 분홍, 연보라와 옅은 녹색이 겹겹이 번지며, 한 번 크게 피었다가 서서히 사라지는 꽃다발의 마지막 숨을 붙잡으려는 듯 화면을 채운다. 그 위로 여러 마리의 나비가 선명한 날개를 펼치고 떠다닌다. 붉은빛과 주황, 크림색, 검은 가장자리가 또렷한 나비들은, 주변의 흐릿한 꽃과는 달리 비교적 선명한 형태로 남아 있어, 사라지는 것과 아직 남아 있는 것 사이의 경계를 가리킨다. 마치 한때의 감정이 이미 지나갔음에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여전히 날개짓하며 되살아나는 잔상을 상징하듯, 나비들은 꽃의 중심과 주변을 오가며 시선을 이끈다. 꽃과 나비를 둘러싼 어두운 배경에는 흰 점과 선들이 흩뿌려져 있다. 물감을 튀기고 긁어낸 흔적들은 먼지와 빛, 시간의 입자처럼 보이며, 화면 전체를 하나의 ‘기억의 밤’으로 만든다. 이 흩어진 입자들은 꽃과 나비의 경계를 조금씩 지워 나가면서, 구체적인 장면이 아니라 한순간의 감각만 남기는 방향으로 이미지를 밀어 올린다. 이 작품 앞에 서면, 관람자는 한때 강렬했던 장면이 눈을 감았을 때 남기는 잔광을 마주하게 된다. 또렷한 나비의 날개와 흐려진 꽃의 형체 사이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이미 지나간 순간들이 어떻게 마음속에서 다시 피어오르고, 또 어떻게 조용히 흩어지는지를 함께 더듬어 보게 된다. 잠시 시선을 머무르면, 어두운 화면 속에서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색과 빛의 흔적들이, 각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떤 잔상과 겹쳐 조용히 떠오른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