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위엄

오일, 펜

2025 · 47 × 36 cm

동물·식물·자연

작가 노트

짙은 황갈색과 회색이 뒤섞인 화면 속에서, 사자의 얼굴은 정면이 아닌 사선으로 비껴 나타난다. 한쪽 눈만 또렷이 드러난 구도는 전신의 힘을 드러내기보다, 시선이 머무는 지점을 좁혀 내면의 기운에 집중하게 만든다. 노란빛이 번지는 눈동자는 검은 윤곽과 긴 속눈썹에 둘러싸여, 화면의 가장 밝은 점으로 떠오른다. 주변의 갈기와 털은 부드럽게 흩어진 붓자국과 먹빛 같은 명암으로 처리되어, 실제 털의 결보다 숨이 지나가는 방향과 온기를 먼저 느끼게 한다. 얼굴 곳곳에 흩뿌려진 흰 물감은 빛이 닿는 부분이자, 동시에 시간의 흔적처럼 보인다. 이 흰 얼룩들은 털의 질감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대신, 거친 날씨와 먼지, 혹은 싸움의 자국이 한데 뒤엉킨 표면을 만들어 낸다. 코와 입 주변의 짙은 음영, 아래로 길게 떨어지는 수염과 턱의 하얀 부분은 펜과 붓이 교차하며 그려져, 부드러운 유화의 번짐 속에서도 단단한 선의 긴장을 남긴다. 화면 가장자리로 갈수록 색과 선은 서서히 옅어지며 캔버스의 흰 바탕과 섞여, 사자의 형체가 공기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 작품에서 펜과 오일의 결합은 동물의 외형을 재현하기보다, ‘위엄’이라는 감정의 밀도를 시각화하는 도구가 된다. 유화 특유의 두터운 색층과 번짐은 사자의 육체와 체온을, 그 위를 가로지르는 가는 펜선과 날카로운 명암은 긴장된 신경과 시선을 드러낸다. 포효하는 순간이 아닌, 숨을 고르고 주변을 응시하는 찰나를 포착함으로써, 힘을 과시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침착한 권위, 스스로를 의식하지 않는 존재감이 화면에 남는다. 관람자는 이 한쪽 눈과 마주 서서, 사자의 시선이 향하는 바깥 풍경을 상상하게 된다. 소리를 내지 않고도 공간을 지배하는 조용한 기운, 언제든 움직일 수 있지만 굳이 서두르지 않는 느린 시간의 흐름이, 번진 색과 흰 얼룩 사이로 서서히 배어 나온다. 작품 앞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동물의 얼굴을 바라보는 동시에, 스스로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힘과 침묵의 방향을 함께 더듬어 보게 된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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