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화야(花夜)

하드보드, 파스텔

2024 · 50 × 75 cm

추상·비구상동물·식물·자연

작가 노트

짙은 밤색에 가까운 배경 위로 하얀 꽃들이 한 무리의 별처럼 떠오른다. 오른쪽에서부터 번져 나오는 안개 같은 파스텔의 입자는 연기이자 구름, 그리고 밤공기에 섞인 숨결처럼 화면을 가로지르며, 꽃들을 하나의 흐름 안에 실어 보낸다. 꽃잎은 세밀한 묘사와 거친 터치가 섞여 있어, 한 송이씩 고정된 대상이라기보다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빛의 파편처럼 보인다. 중심부의 붉은 꽃술은 어둠 속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체온처럼 작게 타오르며, 주변의 흰 점들과 선들은 그 체온이 퍼져 나가며 남긴 잔광처럼 이어진다. 노란 나비와 잎사귀들은 이 어두운 밤에 스며든 낮의 기억처럼, 화면 곳곳에서 작은 잔광을 만든다. 특히 중앙의 노란 나비는 꽃 사이에 걸려 있는 하나의 심장처럼, 정지된 장면 속에서 보이지 않는 박동을 암시한다. 아래쪽의 갈색 나비는 이미 한 번 날아올랐다가 내려앉은 흔적처럼, 꽃의 밝음과 대비를 이루며 사라짐의 방향을 가리킨다. 가지와 줄기는 최소한의 선으로만 남아 있어, 이 꽃들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보다 지금 이 어둠 속에서 얼마나 잠시 머무는지에 더 시선을 머물게 한다. 왼편으로 갈수록 색은 점점 비어 가고, 흰 안개와 물감을 튀긴 자국만이 남는다. 구체적인 형태가 사라진 이 공간은 마치 소리가 모두 가라앉은 뒤에 남는 여운처럼, 꽃과 나비들이 떠 있는 쪽을 더욱 선명하게 밀어 올린다. 화면의 오른쪽과 왼쪽은 하나는 피어나는 자리, 다른 하나는 이미 사라져 버린 자리를 품고 있으며, 관람자는 그 중간의 흐릿한 경계 위에서 시선을 오래 머물게 된다. 이 작품 앞에 서면, 꽃을 바라보는 일은 곧 밤을 바라보는 일이 된다. 환하게 피어 있는 흰 꽃과 그 주변을 감싸는 어둠, 그리고 조용히 떠다니는 가루 같은 빛 사이에서, 한 번 스쳐 지나간 계절과 한때 머물렀던 마음의 온도가 천천히 떠오른다. 관람자는 꽃과 나비가 남긴 이 짧은 흔적들을 따라가며, 자신 안에서 이미 지나가 버린 어떤 밤을 조용히 다시 맞이해 보게 된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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