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달의 조각

수채

2026 · 59 × 36 cm

풍경·산수동물·식물·자연

작가 노트

짙은 남청색과 회색이 뒤섞인 화면 속에서,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밤하늘을 촘촘히 가린다. 수채가 번지며 만든 얼룩과 점들의 층은 잎의 형태를 세세히 묘사하기보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차가운 공기와 축축한 어둠의 밀도를 먼저 전한다. 화면 곳곳에 남은 흰 여백은 달빛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를 따라 흩어진 잔광처럼, 어둠 한가운데서 서서히 부서지는 빛의 입자를 떠올리게 한다. 중앙 가까이에서 살짝 드러난 초승달은,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 요소라기보다 나뭇가지와 그림자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조각으로 남는다. 이 가느다란 빛의 곡선은 주변의 거친 번짐과 대비를 이루며, 어둠이 먼저인 세계 속에서 뒤늦게 발견되는 미약한 빛의 감정을 환기한다. 가지들은 달을 향해 서로 교차하고 얽히며, 마치 한 점의 빛을 붙들기 위해 모여든 생각과 기억의 선들처럼 화면을 가득 채운다. 수채 특유의 예측할 수 없는 번짐과 뿌리기 기법으로 만들어진 질감은, 실제 숲의 구조를 재현하기보다, 달빛 아래에서 모든 형태가 반쯤 녹아내린 순간의 인상을 포착한다. 선명한 경계가 사라진 나무와 하늘, 그림자와 빛은 서로의 자리를 조금씩 침범하며, 관람자로 하여금 어디까지가 나뭇잎이고 어디부터가 밤하늘인지 천천히 더듬어 보게 만든다. 이 풍경 앞에 서면,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달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작은 빛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어둠의 결이다. 가지 사이로 겨우 비집고 들어온 한 조각의 달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관람자는 자신 안에 남아 있는 어떤 밤의 기억, 나무 아래에서 올려다보던 하늘의 조각들을 조용히 떠올리게 된다. 아직 완전히 밝아지지 않은 이 어둠 속에서, 빛은 크기가 아니라 밀도로 느껴지며, 화면은 한순간의 풍경을 넘어, 어둠과 빛 사이에 잠시 머무는 내면의 시간을 열어 놓는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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