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Flow koi

수채

2024 · 40 × 30 cm

동물·식물·자연풍경·산수

작가 노트

짙은 회갈색 물감이 화면 전체를 비스듬히 흐르며, 깊고 그늘진 연못의 바닥을 만든다. 그 위로 붉은 꽃과 잎이 번지듯 떠 있고, 사이사이로 흰 물방울이 튀어 올라 물 위와 물 아래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수채가 스며들며 남긴 부드러운 얼룩과 갑작스러운 번짐은, 고요한 수면 아래에서 느릿하게 뒤섞이는 물빛과 꽃 그림자를 함께 품고 있다. 연못 속을 가르는 잉어들은 또렷한 윤곽 대신, 붉은색과 주황, 검은 얼룩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 흔적으로 남아 있다. 어떤 몸은 화면의 바깥으로 사라지는 중이고, 어떤 몸은 막 방향을 틀며 하얀 배를 드러낸다. 물감이 한 번에 휘둘러진 듯한 붓자국과, 그 위에 다시 얹힌 얇은 흰 선들은 물살이 몸을 스치는 감각, 비늘 사이로 스며드는 물의 속도를 따라가게 한다. 잉어의 정확한 개체 수를 세기보다는, 끊임없이 교차하고 흩어지는 움직임 자체가 하나의 흐름으로 느껴진다. 붉은 꽃들은 수면 위에서 피어 있는 동시에, 이미 물속으로 가라앉는 중인 것처럼 보인다. 짙은 와인색과 분홍, 검은 선이 겹쳐진 꽃잎은 선명한 형태를 고집하지 않고, 물과 함께 번져 나가며 거의 추상적인 얼룩으로 변한다. 그 주변에 흩뿌려진 흰 점과 물감이 튄 자국들은 빛의 반짝임이자 떨어지는 꽃가루처럼, 생명의 시작과 소멸, 물 위에 떠 있는 짧은 순간을 동시에 암시한다. 이 작품에서 물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모든 색과 형체를 부드럽게 끌어안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주는 공간이다. 관람자는 잉어 한 마리의 궤적을 따라가다가도, 어느 순간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운 물빛과 꽃의 기운 속으로 시선을 풀어 놓게 된다. 잠시 머물러 이 연못 앞에 서 있다 보면, 또렷한 이야기 대신, 흩어지고 모였다가 다시 흘러가는 마음의 결 하나가 조용히 떠오르며, 자신만의 속도로 물속을 함께 유영하고 있는 듯한 감각이 서서히 번져 간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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