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주의 기도

파스텔

2024 · 50 × 75 cm

추상·비구상이야기·상징

작가 노트

짙은 흑색 바탕 위로 둥근 색채들이 안개처럼 번져 오른쪽으로 흘러간다. 노랑, 보라, 붉은 주황이 겹겹이 쌓이며 하나의 빛 덩어리를 이루고, 그 중심에 세운 십자가는 완전히 그려지기보다 주변의 빛에 스며든다. 수직과 수평으로 간단히 잡힌 선은 구조물이라기보다, 흩어진 색들을 조용히 묶어 두는 축처럼 서 있다. 어두운 배경과 대비되는 이 부드러운 원형의 반복은, 촛불 뒤로 번지는 빛망울이나 기도 중에 감긴 눈꺼풀 안쪽의 잔상을 떠올리게 한다. 오른편에는 묵주를 쥔 손이 흰 선으로 스케치되듯 떠오른다. 단단하게 모인 손가락 마디와 구슬 하나하나가 세어지지만, 파스텔의 가루가 가장자리에서 흐려지며 손의 윤곽을 공기 속으로 풀어 놓는다. 실체를 또렷이 주장하기보다, 손끝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떨림과 숨의 리듬이 먼저 보이게 하는 처리다. 묵주의 끝에 매달린 작은 십자가는 화면 아래로 살짝 기울어져, 중앙의 큰 십자가와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연결된다. 기도하는 몸과 응답을 기다리는 공간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이 드리워진 듯한 장면이다. 오른쪽에 적힌 글귀는 화면의 또 다른 축이 된다. 노란빛과 주황빛으로 쓰인 문장은 파스텔의 가루와 섞여, 활자를 넘어서 하나의 빛줄기처럼 보인다. 단단한 선으로 그려진 손, 둥글게 번진 색의 군집, 흐릿하게 남은 글씨의 가장자리가 서로 다른 밀도로 놓이면서, 기도라는 행위가 머리와 입술, 손과 마음을 동시에 통과하는 과정으로 시각화된다. 관람자는 어두운 바탕 속에서 먼저 색의 숨결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십자가와 손, 글자를 차례로 읽어 나가게 된다. 완성된 형상과 지워지는 흔적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이 장면은, 말로 다 닿지 않는 사랑과 간구가 머무는 자리, 조용히 손을 모을 때만 열리는 내면의 공간을 천천히 떠올리게 한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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