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Bright

수채

2025 · 38 × 55 cm

풍경·산수동물·식물·자연일상·풍속·도시

작가 노트

옅은 노랑과 분홍빛이 섞인 겨울 하늘이 화면의 위쪽을 가득 채우며, 눈 덮인 마을 위로 천천히 번져 나온다. 수평으로 길게 놓인 집들의 지붕은 차가운 푸른 회색으로 눌러져 있고, 그 사이사이로 전봇대와 전선이 가느다란 선을 그리며 이어진다. 부드럽게 스며든 빛과 간결한 실루엣만으로 이루어진 이 풍경은, 구체적인 장소라기보다 기억 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겨울 아침’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화면 왼편의 작은 노란 집은 주변의 푸른 눈과 짙은 수풀 사이에서 유난히 따뜻하게 빛난다. 수채 특유의 번짐으로 표현된 그 노랑은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자, 아직 깨어 있는 사람의 온기처럼 느껴진다. 오른편의 짙은 남청색 지붕과 중앙의 낮은 건물들은 더 절제된 색으로 남아, 한 점 밝은 색을 더욱 또렷하게 받쳐 준다. 눈밭 위로 길게 드리워진 푸른 그림자와 곳곳에 튄 흰 물감 자국은 바람에 날리는 눈보라와 차가운 공기의 떨림을 전하며, 고요함 속에서도 미세하게 흔들리는 리듬을 만든다. 하늘 가까이 떠 있는 해는 또렷한 윤곽 대신, 연한 원형의 빛 번짐으로만 남아 있다. 노랑과 흰색이 겹겹이 스며든 그 자리는 차갑게 얼어붙은 풍경 전체에 서서히 스며드는 온도의 근원처럼 보인다. 화면 중앙의 나무 숲은 검푸른 실루엣으로 두텁게 이어지지만, 그 앞에 점점이 남겨진 밝은 색 면과 반사된 물빛은 이 겨울 풍경이 완전히 닫혀 있지 않음을 말해 준다. 관람자는 눈밭의 흐릿한 경계와 길게 번진 그림자를 따라 천천히 시선을 옮기며,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빛이 동시에 스며 있는 이 마을을 자신의 속도로 거닐게 된다. 문이 열려 있는 집 안으로 들어가 보듯, 노란빛이 머무는 지점을 마음속에서 한 번 더 더듬어 가다 보면, 매서운 계절 한가운데에서도 조용히 타오르는 작은 밝음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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