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Fruit imagine

파스텔

2024 · 75 × 50 cm

정물동물·식물·자연

작가 노트

짙은 흑갈색 바탕 위로 하나의 정물이 천천히 떠오른다. 화면 중앙의 항아리 모양 꽃병은 완전히 둘러 그려지지 않고, 옆선과 몇 줄의 가로선만으로 윤곽을 남긴 채 어둠 속에 스며든다. 그 위로 쏟아지는 붉은 오렌지색 꽃들은 파스텔 가루가 퍼지듯 번져, 꽃잎의 경계보다 색의 온기로 먼저 다가온다. 초록과 노랑이 섞인 잎사귀는 위쪽으로 가볍게 솟구치며, 정물이 놓인 테이블을 넘어 공기 전체를 흔드는 기운처럼 보인다. 꽃다발 사이사이에 흩뿌려진 흰색은 작은 꽃의 군집이자, 동시에 빛이 가루가 되어 내려앉은 흔적처럼 화면을 메운다. 선명한 붉은 꽃과 흐릿한 흰 얼룩, 그 사이를 메우는 청록과 연두의 미세한 층이 겹치며, 눈앞의 사물보다 그 주위를 감싸는 향기와 숨결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파스텔 특유의 부드러운 번짐은 꽃과 배경의 경계를 지우고, 단단한 꽃병조차 잠시 빛 속에 잠긴 형체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초록 포도송이가 조용히 무게를 잡는다. 둥근 알맹이 하나하나가 옅은 선으로만 둘러져 있어, 실제 과육의 질감보다 표면에 스친 손놀림이 더 또렷하다. 포도 옆에는 반으로 갈라진 노란 과일과 둥근 오렌지색 열매가 놓여 있다. 두터운 색면과 거친 터치는 과일의 단면과 껍질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잘려 나간 순간의 온도와 단맛이 튀어 오르는 느낌을 남긴다. 위로는 꽃이 폭발하듯 번지고, 아래로는 과일이 묵직하게 가라앉으면서, 화면 전체에 위·아래로 다른 리듬이 흐른다. 이 정물은 꽃과 과일을 차분히 진열해 보여 주기보다, 사물이 발산하는 색과 향, 시간이 스며든 공기를 한 번에 붙잡아 둔 장면에 가깝다. 관람자는 어두운 배경 속에서 먼저 붉은 꽃의 불빛 같은 덩어리를 발견하고, 그 아래로 이어지는 포도와 과일의 둥근 선을 따라 시선을 천천히 내려가게 된다. 형체와 빛, 무게와 향기가 겹쳐진 이 화면 앞에서, 눈앞의 사물을 보는 일과 마음속에서 상상으로 맛을 떠올리는 일이 동시에 일어난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작가 이력 보기

JADEN PARK의 다른 작품

작품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