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잠들지 않는

수채

2026 · 91.44 × 53.34 cm

추상·비구상풍경·산수일상·풍속·도시

작가 노트

짙은 남청과 보라가 뒤섞인 밤하늘이 화면 위를 크게 덮고 있다. 수채의 번짐으로 퍼져 나간 보라색 구름은 하나의 덩어리라기보다 여러 번 겹쳐 칠해진 숨결처럼 남아, 도시 위로 내려앉은 피로와 설렘을 동시에 품는다. 그 속에서 수직으로 길게 떨어지는 흰 기둥은 타워의 불빛이자, 어둠을 가르는 하나의 축처럼 서 있다. 주변으로 흩뿌려진 작은 점과 선들은 별빛과 빗방울, 먼지와 전파가 뒤섞인 도시의 공기를 기호처럼 기록한다. 아래쪽의 건물들은 구체적인 윤곽 대신, 갈색과 회색이 번져 내려온 덩어리와 희미한 수직선으로만 암시된다. 그 위로 노랑과 흰색, 붉은 점들이 짧게 튀어나오며 창문과 간판, 신호등의 잔상을 남긴다. 규칙적으로 배열되기보다는 서로 다른 간격과 속도로 찍힌 이 빛의 파편들은, 멈추지 않고 켜졌다 꺼지는 도시의 호흡을 보여준다. 흘러내린 선과 사선으로 교차하는 흰 흔적들은 전선이자 도로의 궤적이면서, 동시에 밤마다 겹쳐 쓰이는 사람들의 동선과 생각의 방향을 추적하는 선처럼 보인다. 화면 곳곳에 박힌 둥근 빛의 원들은 멀리서 바라본 창이나 신호등, 혹은 늦은 시간까지 켜진 방의 불빛처럼 떠 있다. 각기 다른 크기와 색의 원들은 서로를 향해 다가가거나 비껴 지나가며, 수많은 시선과 마음이 교차하는 도시의 밤을 상징한다. 주변의 어둠 속으로 스며드는 노랑과 초록의 미세한 점들은, 이미 늦은 시간임에도 완전히 꺼지지 않는 에너지의 잔광처럼 남아, “잠들지 않는” 도시의 제목을 조용히 뒷받침한다. 이 이미지 앞에 서면, 먼저 보이는 것은 보라빛 하늘과 타워의 수직선이지만, 조금 더 머물다 보면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짧은 선과 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구체적인 건물이나 거리를 떠올리기보다, 밤마다 스스로에게 되뇌는 말들과 아직 끝나지 못한 하루의 감정들이 겹쳐진 하나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관람자는 이 추상적인 도시의 지도 위에서 자신이 걷던 길과 멈춰 섰던 자리를 떠올리며,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는 빛의 잔상 사이를 천천히 산책하게 된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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