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Green in white

수채

2026 · 31 × 41 cm

풍경·산수일상·풍속·도시

작가 노트

옅은 흰빛이 화면 전체를 가볍게 덮고 있어, 도시는 분주한 소음 대신 조용한 숨을 고르는 듯하다. 도로와 건물의 외곽선은 연필로 최소한만 눌러 그려져 있고, 그 사이사이를 수채의 번짐이 천천히 채워 나간다. 선명한 그림자 대신 남아 있는 희끗한 여백 덕분에, 이 거리는 아직 하루의 온도가 완전히 채워지지 않은 이른 아침이나, 막 빛이 빠져나간 오후의 끝자락처럼 느껴진다. 화면 오른편의 건물은 이 풍경의 중심이 되지만, 섬세한 선과 옅은 색으로 처리되어 과하게 존재감을 주장하지 않는다. 초록 간판과 그 아래 어둑한 그늘은 카페라는 구체적인 장소를 가리키면서도, 그 안에서 흘렀을 수많은 대화와 시간들을 암시하는 정도에 그친다. 입구 앞에 세워진 자전거는 인물 대신 남겨진 몸짓처럼, 막 누군가 자리를 비운 뒤의 여운을 조용히 전한다. 왼편의 가로수와 담벼락, 멀리 번져 있는 붉은 수풀은 도시 한가운데 스며든 작은 녹지처럼, 딱딱한 선들 사이로 부드러운 숨결을 끼워 넣는다. 녹색과 갈색의 번짐은 명확한 잎사귀나 가지를 그리기보다, 빛과 공기가 섞여 흐르는 분위기를 먼저 드러낸다. 직선으로 교차하는 전선과 가로등, 도로의 경계선은 이곳이 분명한 ‘도시의 한 구석’임을 말해 주면서도, 수채의 흐릿한 경계 속에서 어느 도시, 어느 동네인지 특정되지 않은 채 남는다. 관람자는 화면 아래의 비어 있는 도로에서부터 카페 간판, 골목 끝의 희미한 빛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옮기게 된다. 익숙한 듯 낯선 이 장면은, 여행 중 우연히 마주친 골목이거나, 오래전에 스쳐 지나간 동네의 한 코너일 수도 있다.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이 순간의 공기와 정적을 따라가다 보면, 소음과 속도를 잠시 잊은 도시의 표정, 그리고 그 안에서 잠깐 멈춰 서고 싶어지는 마음의 자리 하나가 조용히 떠오른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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