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모듈러 일상

마카, 수채

2025 · 42 × 32 cm

추상·비구상

작가 노트

하얀 종이 위에 파란색, 노란색, 분홍색, 갈색의 직사각형들이 규칙적인 듯 느슨하게 배열되어 있다. 각각은 하나의 건물, 하나의 블록이자 작은 도시 조각이다. 수채로 채워진 색면은 가장 단순한 형태만 남긴 채 평평하게 놓여 있고, 그 위를 얇은 마카 선이 스쳐 지나가며 창문, 간판, 난간, 신호등 같은 일상의 징표를 붙여 넣는다. 덕분에 이 도시는 사실적인 재현이라기보다, 머릿속에서 조립된 모듈처럼 보인다. STORE, MARKET, BANK, GARAGE, BARBER 같은 단어들이 건물 위에 짧게 적혀 있으면서, 도시의 기능과 역할을 상징처럼 요약한다. 사람과 자전거, 트럭과 가로등은 최소한의 선으로만 등장하지만, 그 존재만으로 화면에 생활의 온기를 남긴다. 각기 다른 색의 건물들이 서로 닿지 않은 채 떨어져 서 있는 구도는,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이 실제로는 잘 연결되지 않은 조각난 인상들임을 드러낸다. 수채의 번짐은 건물의 경계를 부드럽게 풀어 주고, 마카의 건조한 선은 그 위에 도시의 리듬을 새긴다. 차갑고 평평한 직사각형들이지만, 색의 농담과 미세한 얼룩이 겹치면서 하나하나의 건물이 저마다의 시간과 기억을 품은 단위처럼 느껴진다. 화면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어느 순간 이 풍경이 특정 도시의 지도라기보다, 광고판과 간판, 골목과 가게들로 채워진 ‘나의 일상’을 모듈처럼 분해해 다시 배열한 장면으로 다가온다. 관람자는 이 흩어진 블록들 사이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거리와 가게, 혹은 언젠가 지나쳤던 어느 도시의 단면을 자연스럽게 겹쳐 보게 된다. 서로 닿지 않은 건물들 사이의 여백이 바로 그 상상을 위한 자리이며, 그 틈새에서 각자의 일상도 또 하나의 모듈이 되어 조용히 끼어든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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