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
수채
2026 · 45 × 55 cm
작가 노트
짙은 초록과 올리브 톤이 겹겹이 쌓인 숲이 화면 위쪽을 가득 채운다. 수채의 번짐으로 표현된 나무들은 개별의 잎과 줄기보다, 축축이 젖은 공기와 숲의 밀도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 곳곳에 남겨진 흰 여백과 물을 튕겨낸 듯한 질감은 차가운 안개가 낮게 깔린 새벽의 온도를 품고 있다. 위로 가늘게 솟은 선들은 나무 기둥이자, 이 풍경을 수직으로 가르는 긴 숨처럼 서서히 배경 속으로 스며든다. 화면 아래쪽에는 눈으로 덮인 들판이 넓게 펼쳐져 있다. 파란 회색과 옅은 베이지, 미묘한 초록이 섞인 눈의 표면은, 한 번에 그은 붓질과 자연스러운 번짐만으로 굴곡과 깊이를 드러낸다. 중앙을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짙은 초록빛의 덩어리는 눈 아래로 드러난 물길 혹은 이끼 낀 바위를 암시하며, 이 고요한 장면 속에서 유일하게 방향을 제시하는 선처럼 보인다. 눈과 숲, 물의 경계는 또렷이 나뉘지 않고 서로의 색을 조금씩 나눠 가진 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왼쪽 아래, 화면의 가장 자리에 작게 자리한 수탉 한 마리가 이 풍경의 중심을 이룬다. 주변의 텅 빈 공간 덕분에 오히려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가느다란 줄기들 사이에 홀로 서 있는 새의 방향은 숲 안쪽을 향해 있지만, 발 아래의 땅은 눈으로 덮여 길을 지워 버린 듯하다. 제목처럼 ‘Lost’라는 감정은 거대한 자연의 스케일에서가 아니라, 이 작은 몸짓과 멈춰 선 시선에서 조용히 번져 나온다. 관람자는 화면 아래의 희고 차가운 들판에서부터, 중앙의 어두운 물길을 따라 숲의 깊숙한 곳으로 시선을 옮기게 된다. 눈은 모든 흔적을 덮어 버린 듯 보이지만, 엷게 남은 발자국 같은 붓자국과 흐릿한 색의 층을 따라가다 보면, 길을 잃었다는 감정이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선 호흡에 가깝다는 생각에 닿게 된다. 이 풍경은 길을 찾는 장면이라기보다, 아무 소리 없는 숲과 눈 사이에서 스스로의 방향을 조용히 되묻는 한 순간을 담담하게 비추고 있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