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몰아치는 침묵》
수채
2026 · 38 × 55 cm
작가 노트
짙은 남청색으로 가라앉은 하늘 아래, 바다는 화면 중앙에서 낮게 몸을 뒤틀며 밀려온다. 수평선 위로는 옅은 노랑과 살구빛이 번져 올라와, 막 사라진 빛의 여운처럼 구름 사이를 물들이고 있다. 수채 특유의 번짐으로 스며든 이 하늘의 색은, 한 번에 칠해진 면이라기보다 여러 번의 숨 고르기가 겹쳐진 층처럼 남아, 폭풍이 지나간 직후의 공기와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동시에 품고 있다. 전면의 파도는 흰 물거품과 남청색의 띠가 겹겹이 부딪히며, 한순간 솟구쳤다가 곧 무너져 내릴 몸짓을 보여준다. 물감이 튀어 오른 작은 점들과 날카롭게 그어진 선들은 실제의 물보라보다 더 예민하게 파도의 속도와 방향을 드러내며, 들리지 않는 파도의 굉음을 화면 위의 리듬으로 바꾸어 놓는다. 거칠게 긋고 스쳐 지나간 먹색의 선들은 물의 선이면서도 동시에 마음속에 남아 있던 미처 말하지 못한 문장들처럼, 바다 위를 가로질러 남는다. 모래빛이 옅게 깔린 앞쪽의 해변은, 바다가 한 번에 쓸고 간 자리라기보다 수없이 밀려왔다 물러가며 남긴 시간의 결로 보인다. 연한 베이지와 회청색, 옅은 초록이 스며든 얕은 물가에는 파도의 찬 기운과 피부에 남는 온기가 함께 머물러 있다. 명확한 경계 없이 번져나간 물의 자국은, 바다가 고정된 풍경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가왔다 사라지는 호흡임을 보여주며, 관람자의 발목까지 조용히 물러갔다 돌아오는 파문을 상상하게 한다. 이 풍경 앞에 서면, 바다는 거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운 긴장으로 다가온다. 눈으로 따라가는 것은 흰 파도의 곡선과 어두운 하늘의 무게이지만, 천천히 시선을 옮길수록 그 안에서 부서지는 것은 물이 아니라 마음속에 남아 있던 잔향에 가깝다. 파도가 일렁이는 방향을 따라 호흡을 맞추다 보면, 어느 순간 바깥의 바다를 보고 있다가, 고요한 듯하지만 안쪽에서 계속해서 휘몰아치는 자신의 침묵을 조용히 마주하게 된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