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기억의 숲

수채

2025 · 30 × 40 cm

풍경·산수동물·식물·자연

작가 노트

옅은 안개가 물가 위를 덮고, 그 아래로 깊은 녹색과 갈색이 층을 이루며 가라앉아 있다. 화면 아래에서 위로 번져 올라오는 어두운 색감은 축축한 흙과 물의 온도를 떠올리게 하고, 그 위에 얇게 깔린 연둣빛은 기억 속 어느 숲의 공기처럼 희미하게 빛난다. 수면 위로 길게 드리운 수직선들은 나무와 갈대의 형상을 암시하면서도, 동시에 물속으로 흔들리며 비치는 반사처럼 보인다. 분명한 형태라기보다, 한 번쯤 스쳐 지나갔던 풍경의 잔상에 더 가깝다. 왼편에서 번져 나오는 흰빛은 안개 속을 뚫고 들어오는 한 줄기 빛처럼, 혹은 물속에서 피어오르는 작은 생명체의 움직임처럼 보인다. 그 주변에 흩뿌려진 둥근 점과 선들은 물결, 씨앗, 숨결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며, 고요한 화면 속에 아주 미세한 떨림을 남긴다. 수채 특유의 번짐과 겹겹이 쌓인 농담이 형태의 경계를 지워 버리면서, 숲과 물, 빛과 어둠이 한데 섞인 ‘기억의 장면’만이 남는다. 이 풍경은 실제 장소를 재현한다기보다, 어둠 속에서 더 또렷해지는 감각을 붙잡아 두려는 시도에 가깝다. 한때 스쳐 지나간 숲의 냄새와 물가의 습기를 떠올리듯, 관람자는 화면 앞에서 자신의 기억 속 풍경을 조용히 불러낼 수 있다. 오래 바라볼수록 구체적인 형상보다 색과 기운이 먼저 말을 거는 그림으로, 보는 이 각자의 ‘기억의 숲’을 천천히 드러나게 한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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