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연(緣)

마카, 파스텔

2026 · 50.8 × 40.6 cm

동물·식물·자연풍경·산수

작가 노트

옅은 회색의 물결 위로 두 마리의 물고기가 서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갑니다. 배경은 구체적인 연못의 풍경을 지우고, 물의 온도와 깊이만 남긴 듯 부드럽게 흐려져 있습니다. 마카와 파스텔이 만들어낸 번짐과 입자는 물속에 떠 있는 공기 방울과 미세한 흐름을 떠올리게 하며, 고요하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수면 아래의 시간을 암시합니다. 붉은색과 주황, 검은 반점이 뒤섞인 물고기의 몸은 마치 살아 있는 색채의 조각처럼 물 위를 미끄러집니다. 비늘의 패턴과 지느러미의 가는 선들은 세밀하게 그려져 있지만, 가장자리로 갈수록 흐릿해지며 물과 섞여 들어갑니다. 또렷한 형상과 사라지는 경계 사이에서, 두 존재는 각자의 궤적을 그리면서도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될지 모르는 관계처럼 보입니다. 제목처럼 이 작업은 물고기 자체보다, 그 사이에 흐르는 ‘연(緣)’에 가까운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서로를 향해 미묘하게 기울어진 시선, 겹치지 않으면서도 교차하는 동선, 그리고 넓게 비워 둔 수면의 공간은 말로 설명되지 않는 인연의 거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관람자는 이 잔잔한 수면 위를 따라가며, 자신의 삶 속에서 스쳐 지나간 혹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어떤 관계들을 조용히 떠올려 보게 됩니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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