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학적 정원》
수채
2026 · 55 × 38 cm
작가 노트
짙은 남청과 보라, 붉은 기운이 세로로 겹쳐 내려오는 화면 위에 흰 꽃들이 떠오르듯 피어 있다. 수채의 번짐으로 만들어진 색의 기둥은 정원의 흙과 공기, 저녁빛이 층층이 겹쳐진 배경처럼 서 있고, 그 사이를 타고 내려오는 꽃과 잎은 중력을 거슬러 흐르는 듯한 리듬을 만든다. 화면을 가르는 색 띠들은 하나의 울타리이자 보이지 않는 격자로 작동하며, 그 안에서 꽃과 잎은 규칙을 따르면서도 조금씩 벗어나 자신만의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꽃잎은 거의 묘사되지 않은 여백에 가깝게, 종이의 흰색을 남겨두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주변의 진한 색이 스며들며 만들어낸 가장자리의 흔들리는 선들은, 선명한 형태보다 피어오르는 기운에 더 가까운 꽃의 존재를 이야기한다. 잎과 줄기는 녹색의 농담과 물감이 흘러내린 자국으로 이어지며, 그 위를 가늘게 스쳐 지나간 선과 점들이 덧입혀져 있다. 이 작은 기호들은 바람의 방향이자 꽃향기의 궤적처럼, 화면 속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남긴다. 곳곳에 흩뿌려진 노랑과 붉은 짧은 선들은, 정원의 소리를 대신하는 암호처럼 보인다. 규칙적으로 반복되기보다는 약간의 불균형과 비어 있는 자리들을 남겨 두며, 완성된 무늬가 아니라 계속해서 생성 중인 패턴이라는 느낌을 준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색의 흐름과 사선으로 교차하는 선, 그리고 둥글게 번져 있는 꽃의 덩어리가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갖고 겹쳐지면서, 화면은 한순간 정지된 풍경이 아니라 계속 재구성되는 정원의 구조처럼 다가온다. 이 이미지 앞에 서면, 꽃을 바라본다는 감각과 색과 선의 배열을 읽어 나간다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처음에는 꽃무리의 흰 덩어리를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그 사이를 오가는 가느다란 선과 색의 잔상들을 추적하게 되면서, 정원은 구체적인 장소가 아니라 마음속에 반복해서 그려 보게 되는 하나의 도면처럼 남는다. 관람자는 이 기하학적 정원 안에서 스스로의 시선을 따라 새로운 길을 만들며, 아직 이름 붙지 않은 패턴 속을 천천히 산책하게 된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