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acter》
파스텔, 아크릴 마카
2023 · 75 × 55 cm
작가 노트
짙은 흑색 바탕 위로 수십 개의 색채 덩어리가 촘촘히 쌓여 올라간다. 타원형에 가까운 이 작은 조각들은 돌멩이이자 씨앗, 과일 조각처럼 보이면서도 어느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 파스텔과 아크릴 마카가 겹쳐 만든 두터운 색면은 표면을 단단히 메우기보다, 안쪽에서부터 빛이 스며 나오는 것처럼 은은한 광택을 남긴다. 서로 다른 크기와 온도의 색들이 부딪히며, 화면 전체에 한 덩어리의 군중처럼, 혹은 숲의 열매가 한 번에 쏟아져 나온 순간처럼 밀도를 만든다. 가까이 다가가면 각 타원마다 다른 성격이 드러난다. 어떤 것은 한 방향으로만 칠해진 붓질이 결을 만들고, 어떤 것은 파스텔 가루가 고르게 번져 매끈한 피부처럼 보인다. 초록과 노랑, 빨강과 보라가 나란히 놓인 자리에서는 색의 대비가 먼저 눈을 끌고, 옅은 베이지나 갈색이 섞인 부분은 군중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빈틈이 된다. 흰색과 연한 색으로 그려진 곡선들은 이 덩어리들 위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궤적처럼, 혹은 각기 다른 존재들을 느슨하게 묶어 두는 리듬처럼 화면을 가볍게 가로지른다. 위에서 아래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색의 배열이 서서히 달라진다. 상단의 밝고 선명한 색들은 마치 공중에서 막 떨어지려는 열매처럼 떠 있고, 하단으로 내려갈수록 어두운 톤과 깊은 색들이 모여 바닥을 이룬다. 단단하게 눌러 그린 타원과, 안쪽이 비칠 만큼 얇게 칠해진 타원이 섞이면서, 무게와 밀도의 차이가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화면은 평면이지만, 그 안에서 각 색의 덩어리는 서로 기대고 포개지며, 보이지 않는 중력을 따라 자리를 찾아가는 듯하다. 이 작품은 특정한 풍경이나 사물을 재현하기보다, 서로 다른 성격의 존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만들어 내는 풍경에 가깝다. 관람자는 처음에는 단순한 색의 축제를 보다가, 차츰 각 타원을 하나의 인물, 하나의 기분, 하나의 기억처럼 읽어 나가게 된다. 어느 색에 더 오래 머무를지, 어떤 조합을 하나의 장면으로 느낄지는 보는 이의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 검은 바탕 위에 떠 있는 이 다채로운 조각들 사이에서, 관람자는 자신이 닮은 색 하나를 천천히 찾아보게 된다.
JADEN PARK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둡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한 해에 4,000점 이상의 작품을 그리는 열정적인 작가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 경험을 쌓았습니다. 개념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호한 작품을 창조하고 사물을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 속에 작가 고유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섬세한 색채의 조화와 감각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스타일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