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Landscape)》
수채,종이
2008 · 37.8 × 52.8 cm
작가 노트
화면을 가득 채운 옐로와 오렌지의 파동이 하나의 거대한 회오리처럼 서로를 감싸 안는다. 중심에서 바깥으로 퍼져 나가는 둥근 결은 태양의 빛살이자, 꽃잎이 겹겹이 말려 올라간 단면, 한낮의 공기 속에서 부풀어 오르는 열기의 흐름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가장 밝은 노랑이 화면의 심장처럼 맥동하고, 그 주변을 도는 오렌지와 황토색의 띠는 서서히 짙어지며, 빛이 온도와 무게를 얻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수평선도, 구체적인 사물도 지워진 자리에는, 색 자체가 풍경이 되어 버린 한낮의 장면만이 남는다. 가까이 다가가면 이 빛의 소용돌이는 한 번에 칠해진 면이 아니라, 수없이 겹쳐 찍힌 짧은 붓 자국들이 만든 결의 집합으로 드러난다. 미세하게 방향을 달리하는 점과 선들은 물결처럼 이어지며, 산 능선을 따라 흐르는 숲의 결, 노을이 스며든 구름의 층, 피부 아래 근섬유의 리듬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수채 특유의 번짐과 마른 자국이 맞물리면서, 어느 부분은 촉촉이 젖은 공기처럼, 또 다른 부분은 이미 뜨거운 햇볕에 말라 버린 흙처럼 느껴진다. 밝게 번진 자리와 농도가 짙게 응축된 부분이 교차하며, 화면 전체에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듯한 호흡을 남긴다. 중앙 가까이에서 피어오르는 연한 베이지와 살구색의 둥근 덩어리는, 노랑의 바다 한가운데에서 잠시 고요히 떠오른 꽃이나 구름의 형상처럼 보인다. 그 주변으로 뿜어져 나오는 흰 여백은 색이 미처 채워지지 않은 공백이 아니라, 눈부심 때문에 잠시 시야가 지워지는 순간의 잔상에 가깝다. 관람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이 밝은 중심에서 시작해, 바깥으로 퍼져 나가는 곡선을 따라 천천히 회전하고, 화면 가장자리의 짙고 거친 결에 닿았다가 다시 안쪽으로 되돌아온다. 이 앞에 서 있는 동안, 풍경은 더 이상 나무와 산, 하늘로 구분되는 외부의 장면이 아니라, 몸 안에서 서서히 데워지는 온기와 그 온기가 주변으로 번져 나가는 감각으로 다가온다. 노랑과 오렌지의 결 사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이미지는 실제 자연의 한 장면이 아니라,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빛의 잔열,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퍼져 나가는 한낮의 기운을 그려 낸 것처럼 느껴진다. 관람자는 이 따뜻한 파동 속에 잠시 몸을 담그듯 시선을 머무르며, 자신의 안에서 지금 어디까지 빛이 번져 있는지 조용히 확인해 보게 된다. ※ 소장 완료 (Reference 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