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3 (Light 3)

수채,종이

2007 · 49.6 × 35 cm

풍경·산수동물·식물·자연추상·비구상

작가 노트

〈빛 3〉은 한 점에서 시작된 미세한 파동이 화면 전체로 번져 나가는 순간을 포착한 것처럼 보인다. 중앙의 작은 별빛 같은 흰 점에서부터 농도와 채도가 다른 푸른 타원형 붓질들이 동심원으로 퍼져 나가며, 바다의 소용돌이이자 밤하늘의 은하, 눈을 감았을 때 안쪽에서 천천히 피어오르는 빛의 잔상으로 겹쳐 읽힌다. 물감이 스며든 가장자리마다 남은 고운 톱니 모양의 결들은, 파도 끝에 이는 거품이자, 세포 하나하나에 스며든 미세한 떨림처럼 화면을 채운다. 짙은 울트라마린과 코발트 블루, 청록과 보랏빛이 겹겹이 포개지며, 차가운 색조 안에서도 온도의 층을 만들어 낸다. 농도가 진한 부분에서는 깊은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끌림이, 옅어지는 지점에서는 물 위로 떠오르는 안개처럼 부드러운 숨결이 느껴진다. 수채 물감 특유의 번짐과 마른 자국이 동시에 남은 자리는, 한 번에 번쩍이는 섬광이 아니라, 여러 번의 호흡 끝에 서서히 밝아지는 빛의 시간을 드러낸다. 가까이 다가가면 각각의 붓질은 규칙적인 패턴이 아니라, 손목의 미세한 떨림과 숨 고르기에 따라 길이와 간격이 조금씩 달라지는 리듬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파동이 겹쳐진 부분에서는 마음속 깊은 곳의 소리가 증폭되는 듯하고, 결이 느슨해지는 곳에서는 그 소리가 멀어지며 잔향만 남는다. 중앙의 밝은 별 모양 주변에 점점이 박힌 흰 점들은, 아직 말로 다 건져 올리지 못한 감정의 알갱이이자, 어둠 속에서 천천히 눈에 익어 가는 빛의 알처럼 보인다. 이 작품 속 빛은 외부에서 비추는 광원이 아니라, 어둠을 통과해 안쪽에서 번져 나오는 감각에 가깝다. 관람자가 화면의 곡선을 따라 천천히 시선을 회전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물결치는 풍경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따라 그려진 파동처럼 느껴진다. 한동안 이 푸른 소용돌이 앞에 머물러 있을 때, 〈빛 3〉은 가장 깊은 곳에서 아주 작게 반짝이던 점 하나가 어떻게 세계 전체의 색을 바꿔 나가는지, 그 조용한 변화를 함께 들어보자고 낮게 속삭이는 듯하다.

향설 김현지

“생명의 흐름과 빛의 파동을 회화적 리듬으로 포착하는 동시대 추상 화가” 색과 형태의 반복적 리듬을 통해 자연과 생명의 에너지를 시각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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