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잔치 (Feast of Water)》
수채,종이
2008 · 33 × 48 cm
작가 노트
〈물의 잔치〉는 흰 여백 위로 파란 기운들이 흩어졌다가 모이고, 다시 튀어 오르며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화면 곳곳에 떠 있는 타원형과 곡선의 붓질들은 물방울이자 파도, 물속 생명체의 몸짓처럼 보인다. 짙은 울트라마린에서 청록, 밝은 하늘색까지 서로 다른 푸른색이 겹겹이 번지며, 물이 한순간의 형태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임을 드러낸다. 각 붓질 안쪽에는 수채 물감이 마르며 남긴 고운 층들이 줄무늬처럼 쌓여 있다. 한 번의 터치가 아니라 여러 번의 호흡이 겹쳐 만들어 낸 결은, 물이 고이고, 흔들리고, 다시 흩어지는 시간을 압축한 흔적처럼 느껴진다. 어떤 조각은 아래로 늘어지며 깊이를 향해 가라앉는 것 같고, 또 다른 조각은 끝이 가볍게 들리며 위로 솟구치는 동세를 만든다. 오른쪽의 짙은 푸른 형상 주변으로는 작은 점들이 튀어 오르듯 흩어져, 물줄기가 터져 나오는 순간의 파편을 떠올리게 한다. 이 형상은 사람이나 동물처럼 구체적으로 규정되기보다는, 물이 잠시 빌려 입은 몸, 축제의 중심에서 춤추는 물의 화신처럼 보인다. 관람자의 시선이 이 형상에서 다른 조각들로 옮겨 갈 때, 화면은 고요한 정물이 아니라 서로 반응하며 울리는 물의 합주가 된다. 작품을 마주하고 천천히 눈을 움직이다 보면, 각각의 푸른 조각은 제각기 다른 리듬을 지닌 파동이자, 마음속에 남아 있던 감정의 물결처럼 다가온다. 어느 순간 관람자는 흰 여백 사이를 건너다니는 자신의 시선이, 마치 물 사이를 헤엄치는 몸처럼 느껴지게 된다. 잠시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을 때, 〈물의 잔치〉는 일상의 깊은 곳에서 조용히 끓어오르던 물의 기운을, 한 번 마음껏 터뜨려 보자고 속삭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