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바다1

아크릴, 캔버스

2024 · 31.8 × 40.9 cm

이야기·상징추상·비구상

작가 노트

감정은 아무도 모르게 파도에 쓸려 들어와 마음을 헤집어 놓다가도,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저 그렇게 다시 밀려나간다. 때로는 파도와 파도가 맞닿는 지점에서 잠시 머무르기도 하는데, 가만히 흘러가는 대로 놓아두면 파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잠잠해진다. 이 파도가 쓸려왔다가 밀려 지나간 감정의 자리엔 그저 행복만이 남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이리안

감정의 해소, 그 형태에 관하여 배우는 타인의 삶을 빌려 입는 존재다. 무대 위 조명이 꺼지고 막이 내린 뒤에도, 입었던 타인의 감정들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채 잔여물처럼 내 안에 고인다. 나는 늘 그 가라앉은 감정의 무게에 잠기곤 했다. 누구에게나 내면 깊은 곳에는 바다가 존재한다. 그곳의 감정은 예고 없이 파도처럼 밀려와 마음의 바닥을 헤집어 놓지만, 격렬하게 요동치던 물결도 어느샌가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저 그렇게 다시 밀려 나간다. 나는 파도와 파도가 맞닿는 그 경계의 지점에 주목한다. 잠시 머무르다 사라지는 감정의 잔상들, 그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둘 때 비로소 찾아오는 평온의 순환을 관찰한다. 나의 작업은 손에 잡히지 않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이 감정의 색채와 온도를 시각적 형태로 붙잡아 두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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