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빗물》
오일
2025 · 45.5 × 53 cm
작가 노트
목마른 자, 갈급한 영혼 하늘을 바라보며 기다릴 때 주의 은혜는 조용히, 그러나 깊이 떨어진다, 이른 비처럼, 늦은 비처럼. 한 방울, 또 한 방울 깊은 상처 위를 스미고 메마른 땅에 생명을 틔우듯 지친 마음에 위로를 심으신다. 비내리는 물가에 고요히 퍼지는 그 동그라미들처럼 주의 사랑은 퍼지고, 또 퍼져 모든 아픔을 감싸 안으신다. 상한 마음도, 지친 영혼도 주의 손길에 치유되어 다시 일어서고, 다시 노래하리니 비가오면 그 사랑을 기억하리
김예지
나는 자연을 그리지만, 풍경을 재현하지는 않는다. 파도와 숲, 꽃과 하늘, 그리고 화면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빛은 삶의 시간과 마음의 풍경을 상징한다. 자연은 끊임없이 스러지고 다시 피어나며, 그 순환 속에서 사랑과 희생, 기다림과 회복의 의미를 품는다. 나의 화면을 채우는 빛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상처를 지나 생명으로 향하는 길이며, 보이지 않는 사랑과 희망이 머무는 자리이다. 두터운 질감과 깊이 있는 색채는 눈앞의 풍경을 넘어 생명의 숨결과 시간의 흔적을 담아낸다. 나는 자연을 통해 인간을 이야기하고, 인간을 통해 다시 자연을 바라본다. 모든 존재는 서로를 비추며 살아가고, 결국 사랑은 생명의 순환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으로 남는다고 믿는다. 나의 작업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삶을 향한 기도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