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
오일
2023 · 45.5 × 53 cm
작가 노트
이 그림은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 알려진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지인 학원농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해가 지는 노을빛이 노란 들판을 다뜻하게 물들이고, 그 위에 순백의 메밀꽃이 피어 있는 장면은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감성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예전엔 휴대폰도 없고, 연락도 쉽지 않았던 시절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선 오직 '기다림'이라는 마음 하나만으로 그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이 작품은 바로 그 기다림의 순수함을 담아낸 그림입니다. 휘어진 오솔길은 인생의 여정처럼 이어지고, 낡은 나무집은 기억 속의 장소처럼 아련하게 서 있습니다 들판 위의 노을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따뜻한 시간의 배경이 되어 줍니다. 하얗게 피어난 메밀꽃은 순결힌 마음과 아직 닿지 못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합니다. 이 그림을 통해 바쁘게 흘러가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서 기다릴 줄 알던 그 시절의 마음을 되새겨보기를 바랍니다. 기다림은 때로는 사랑의 다른 이름이며, 그 시간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순간입니다
김예지
나는 자연을 그리지만, 풍경을 재현하지는 않는다. 파도와 숲, 꽃과 하늘, 그리고 화면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빛은 삶의 시간과 마음의 풍경을 상징한다. 자연은 끊임없이 스러지고 다시 피어나며, 그 순환 속에서 사랑과 희생, 기다림과 회복의 의미를 품는다. 나의 화면을 채우는 빛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상처를 지나 생명으로 향하는 길이며, 보이지 않는 사랑과 희망이 머무는 자리이다. 두터운 질감과 깊이 있는 색채는 눈앞의 풍경을 넘어 생명의 숨결과 시간의 흔적을 담아낸다. 나는 자연을 통해 인간을 이야기하고, 인간을 통해 다시 자연을 바라본다. 모든 존재는 서로를 비추며 살아가고, 결국 사랑은 생명의 순환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으로 남는다고 믿는다. 나의 작업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삶을 향한 기도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