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일

2026 · 53 × 45.5 cm

작가 노트

삶에는 때때로 비가 내린다. 마음이 젖고 길이 흐려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웃을 수 있다. 이 작품은 비가 쏟아지는 순간 속에서도 두 팔을 벌리고 그 시간을 받아들이는 한 아이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차가운 비는 슬픔이 아니라 마음을 씻어주는 물처럼 내린다. 아이의 밝은 웃음과 열린 몸짓은 세상을 향해 건네는 작은 긍정의 신호이다. 그 마음은 주변으로 번져 작은 동물조차 함께 뛰어놀게 만든다. 긍정의 마음은 생각보다 멀리 전해진다. 한 사람의 밝은 마음이 또 다른 생명에게 기쁨을 전하고 그 기쁨은 다시 세상으로 퍼져나간다. 흠뻑 내리는 비 속에서 나는 마음이 씻기듯 적셔지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비가 지나간 자리에서 다시 웃을 수 있는 마음이 조용히 피어나기를 바랐다. 이 그림은 어떤 순간에도 사라지지 않는 마음,

김예지

나는 자연을 그리지만, 풍경을 재현하지는 않는다. 파도와 숲, 꽃과 하늘, 그리고 화면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빛은 삶의 시간과 마음의 풍경을 상징한다. 자연은 끊임없이 스러지고 다시 피어나며, 그 순환 속에서 사랑과 희생, 기다림과 회복의 의미를 품는다. 나의 화면을 채우는 빛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상처를 지나 생명으로 향하는 길이며, 보이지 않는 사랑과 희망이 머무는 자리이다. 두터운 질감과 깊이 있는 색채는 눈앞의 풍경을 넘어 생명의 숨결과 시간의 흔적을 담아낸다. 나는 자연을 통해 인간을 이야기하고, 인간을 통해 다시 자연을 바라본다. 모든 존재는 서로를 비추며 살아가고, 결국 사랑은 생명의 순환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으로 남는다고 믿는다. 나의 작업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삶을 향한 기도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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