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is

아크릴

2025 · 90.9 × 72.7 cm

작가 노트

이 그림의 제목 she is는 한 여성이 ‘아내’가 되고 ‘어머니’가 되며 맞이하는 또 다른 삶의 시작을 말합니다. 결혼 이전의 삶이 온전히 ‘나’에게 집중된 시간이었다면, 결혼 이후의 삶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생명을 품고 길러내는 방향으로 확장됩니다. 그 변화는 사라짐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전환입니다. 작품 속 여인은 스스로 등불을 들고 있습니다. 그 등불은 희생이나 의무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함께하는 삶을 밝히기 위해 늘 깨어 있는 마음의 상징입니다. 정신이 깨어 있어야 꽃을 피울 수 있고, 생명을 돌볼 수 있으며, 누군가의 길이 되어줄 수 있다는 작가의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주변을 가득 채운 꽃들은 여인이 품어내는 생명과 사랑, 그리고 감정의 결실입니다. 꽃은 저절로 피지 않듯, 삶 역시 의식과 마음의 온기가 있을 때 비로소 아름다워집니다. 여인은 자신을 태워 주변을 밝히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스스로도 꽃이 되는 존재입니다. she is는 결혼이라는 제도나 역할을 넘어, 한 여성이 삶 속에서 선택하고 깨어 있으며 사랑을 피워내는 존재임을 말합니다. 그녀는 누군가의 아내이기 전에, 누군가의 어머니이기 전에, 스스로 빛을 지닌 ‘그 자체’입니다. 이 그림은 그렇게 말합니다. 그녀는 계속 피어나는 사람이라고.

김예지

나는 자연을 그리지만, 풍경을 재현하지는 않는다. 파도와 숲, 꽃과 하늘, 그리고 화면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빛은 삶의 시간과 마음의 풍경을 상징한다. 자연은 끊임없이 스러지고 다시 피어나며, 그 순환 속에서 사랑과 희생, 기다림과 회복의 의미를 품는다. 나의 화면을 채우는 빛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상처를 지나 생명으로 향하는 길이며, 보이지 않는 사랑과 희망이 머무는 자리이다. 두터운 질감과 깊이 있는 색채는 눈앞의 풍경을 넘어 생명의 숨결과 시간의 흔적을 담아낸다. 나는 자연을 통해 인간을 이야기하고, 인간을 통해 다시 자연을 바라본다. 모든 존재는 서로를 비추며 살아가고, 결국 사랑은 생명의 순환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으로 남는다고 믿는다. 나의 작업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삶을 향한 기도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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