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향한나

혼합재료,오일,모래

2025 · 60.6 × 60.6 cm

작가 노트

짙은 남청과 코발트 블루가 화면 전체를 감싸며, 도시의 빌딩들이 아래를 향해 길게 쏟아져 내린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극단적인 시점 속에서 건물들은 단단한 구조물이기보다, 빛과 속도로 이루어진 거대한 흐름처럼 보인다. 오일과 모래가 섞인 두터운 표면 위로 짧고 거친 붓질이 반복되며, 유리벽을 스치는 바람과 네온사인이 뒤섞인 공기의 떨림이 동시에 전해진다. 가까이 다가가면 사각형과 선들의 경계가 흐트러져 추상적인 색의 파편으로 보이지만, 한 발 물러서면 그것들이 하나의 도시를 이루는 골목과 광장, 도로와 빛의 물결로 다시 모여든다. 화면 중앙, 깊은 청색의 고층 건물 사이로 작은 인물 하나가 떠 있다. 한 손에 꽃다발을 쥔 채 허공에 멈춰 선 이 남성은 추락하는 몸인지, 빛을 향해 치솟는 몸인지 단정하기 어렵다. 주변의 건물과 도로는 사선으로 길게 늘어나며 속도를 더하고, 인물 주변의 붉은색과 주황, 연두빛은 도시의 차가운 블루와 부딪히며 뜨거운 흔적을 남긴다. 이 대비는 무수한 시선과 소음 속에서도 자신의 방향을 붙들고자 하는 마음, 익명의 군중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놓이지 않으려는 몸부림처럼 읽힌다. 하단에 번져 있는 노랑과 초록, 밝은 청록의 덩어리는 도시의 광장 같기도,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빛의 샘 같기도 하다. 두터운 질감 위로 서로 다른 색이 튀어 오르며, 콘크리트 틈새에서 자라나는 생명력과, 여전히 이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온기를 암시한다. 이 빛은 인물을 향해 위로 치솟고, 인물은 다시 그 빛을 향해 몸을 기울인다. 둘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멀지만, 그 간극 자체가 이 도시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나아가는 한 사람의 궤적이 된다. 관람자는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선과, 허공에 떠 있는 인물의 시선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아득한 거리감과 현기증 나는 깊이 속에서, 이 장면은 추락의 공포라기보다, 단 한 번이라도 자기만의 속도로, 자기만의 방향으로 빛을 향해 도약해 보고 싶은 마음에 더 가깝게 다가온다. 화면 앞에 서서 푸른 빌딩 사이를 따라 눈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 순간 도시의 소음이 멀어지고, 허공에 떠 있는 작은 실루엣 하나가 조용히 묻는다. “지금, 나를 끌어올리는 빛은 어디에 있는가.” 이 작품은 거친 세상 속에서도 자신만의 중심을 지키는 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캔버스 바탕에 모래를 섞어 올려낸 질감은 불안정하고 매끄럽지 않은 현실을 상징합니다. 그 위에 겹겹이 쌓은 색채는 흔들리는 세상에서도 자신을 채워가는 과정, 그리고 삶의 경험을 통해 단단해지는 내면을 표현했습니다. 높은 빌딩들 사이로 어지럽게 흔들리는 풍경은 불확실한 세상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서 단단히 채워진 자아는 어디로든 나아갈 수 있고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결국 ‘흔들림 속에서도 나의 중심을 지켜내는 힘’을 바라보게 하고, 그 힘이 우리를 더 자유롭고 멀리 나아가게 한다는 믿음을 전합니다.

김예지

나는 자연을 그리지만, 풍경을 재현하지는 않는다. 파도와 숲, 꽃과 하늘, 그리고 화면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빛은 삶의 시간과 마음의 풍경을 상징한다. 자연은 끊임없이 스러지고 다시 피어나며, 그 순환 속에서 사랑과 희생, 기다림과 회복의 의미를 품는다. 나의 화면을 채우는 빛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상처를 지나 생명으로 향하는 길이며, 보이지 않는 사랑과 희망이 머무는 자리이다. 두터운 질감과 깊이 있는 색채는 눈앞의 풍경을 넘어 생명의 숨결과 시간의 흔적을 담아낸다. 나는 자연을 통해 인간을 이야기하고, 인간을 통해 다시 자연을 바라본다. 모든 존재는 서로를 비추며 살아가고, 결국 사랑은 생명의 순환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으로 남는다고 믿는다. 나의 작업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삶을 향한 기도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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