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더》
오일
2025 · 90.9 × 70.7 cm
작가 노트
때때로 삶은 멈춰 선 듯 변화 없이 반복되고, 마음의 숨이 가빠질 만큼 막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 어디쯤에서 작은 빛을 찾곤 한다. 이 그림은 바로 그 순간에서 출발한다. 꽃들이 흐드러진 길을 따라 한 사람의 뒷모습이 천천히, 그러나 분명한 의지로 걸어 올라간다. 그의 시선 끝에는 신비로운 빛이 내려앉은 정자(亭子)가 서 있고, 그 안에는 마치 마음이 쉬어갈 자리를 마련하듯 따뜻한 존재가 서 있다. 현실에서 지친 마음이 아주 잠시 기대어 설 수 있는 곳, 그 방향을 가리키는 광채가 하늘에서 땅으로 부드럽게 쏟아진다. 「한 걸음 더」는 거창한 도약이나 극적인 변화가 아니라, 딱 한 걸음만 더 내딛어도 세상은 다시 열린다는 희망을 담은 그림이다. 내가 걷는 이 작은 걸음이 결국 나를 환한 세계로 이끌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만날 따뜻한 만남과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바람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이 작품은 지친 일상을 살아내는 모든 이에게 말한다.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 조금만 더 가보자. 그 한 걸음이 당신의 세상을 다시 밝힐 거야.”
김예지
나는 자연을 그리지만, 풍경을 재현하지는 않는다. 파도와 숲, 꽃과 하늘, 그리고 화면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빛은 삶의 시간과 마음의 풍경을 상징한다. 자연은 끊임없이 스러지고 다시 피어나며, 그 순환 속에서 사랑과 희생, 기다림과 회복의 의미를 품는다. 나의 화면을 채우는 빛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상처를 지나 생명으로 향하는 길이며, 보이지 않는 사랑과 희망이 머무는 자리이다. 두터운 질감과 깊이 있는 색채는 눈앞의 풍경을 넘어 생명의 숨결과 시간의 흔적을 담아낸다. 나는 자연을 통해 인간을 이야기하고, 인간을 통해 다시 자연을 바라본다. 모든 존재는 서로를 비추며 살아가고, 결국 사랑은 생명의 순환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으로 남는다고 믿는다. 나의 작업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삶을 향한 기도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