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아크릴,모래

2025 · 50 × 50 cm

작가 노트

삶은 언제나 매끄럽지만은 않습니다. 거칠고 불완전한 순간들이 겹겹이 쌓이며 우리의 하루를 채워갑니다. 이번 작품의 바탕에는 모래를 섞어 거친 질감을 남겼습니다. 이는 곧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고단한 삶의 표면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 위에 덧입혀진 물감의 층은 시간이 흐르며 얻는 경험과 성찰을 상징합니다. 거칠게 시작된 표면도 겹겹의 색을 더하며 점차 부드럽게 빛을 품어가듯, 삶 또한 그렇게 단단해지고 따뜻해집니다. ​ 그림 속 인물은 바다와 하늘, 그리고 자연 속에서 잠시 멈춰 서 있습니다. 이 정지된 순간은 끝이 아닌, 다음을 향한 숨 고르기입니다. ‘쉼표’라는 제목처럼, 멈춤은 멈춤 그 자체가 아니라 새로운 문장을 이어가기 위한 준비이자 회복의 시간입니다. ​ 이 작품이 관객에게도 잠시 머물러 숨을 고르고, 자신만의 쉼표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예지

나는 자연을 그리지만, 풍경을 재현하지는 않는다. 파도와 숲, 꽃과 하늘, 그리고 화면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빛은 삶의 시간과 마음의 풍경을 상징한다. 자연은 끊임없이 스러지고 다시 피어나며, 그 순환 속에서 사랑과 희생, 기다림과 회복의 의미를 품는다. 나의 화면을 채우는 빛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상처를 지나 생명으로 향하는 길이며, 보이지 않는 사랑과 희망이 머무는 자리이다. 두터운 질감과 깊이 있는 색채는 눈앞의 풍경을 넘어 생명의 숨결과 시간의 흔적을 담아낸다. 나는 자연을 통해 인간을 이야기하고, 인간을 통해 다시 자연을 바라본다. 모든 존재는 서로를 비추며 살아가고, 결국 사랑은 생명의 순환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으로 남는다고 믿는다. 나의 작업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자, 삶을 향한 기도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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